지난해 4월, 필자는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에서 진행하는 과학기술인 신임자 과정에서 "널리 사용되는 기술개발자"라는 나의 목표를 캘리그래피로 적어서 액자화하는 과정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는 동안 우수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되는 여러 가지 연구들을 접했지만 학계에서 인정을 받는 연구들 중에도 실제로 사용되는 연구들이 드물다는 것을 깨닫고 실제 사용되는 기술을 만들어보자는 꿈을 가지게 됐다.운이 좋게도 필자는 대학원 졸업 후 연구원에 입사해 내부적으로 고도화된 분리 메모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팀에 들어가 해당 기술에
‘우린 돈보다 사랑이, 트로피보다 철학이, 중요한 건 평화·자유·사랑’ 인기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에 나온 노래 ‘불협화음’의 가사다. 서바이벌 경연 도중, 가수 찬혁이 노래를 멈추고 무대에 등장해 이 가사를 멜로디에 실어 세상을 향해 외친다.파격적인 퍼포먼스로 화제가 됐던 이 노래는 필자가 좋아하는 곡 중 하나다. 찬혁은 상금과 트로피를 걸고 경쟁을 부추기는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시대 분위기를 비판하며, 우리에게 진정 소중한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필자가 주로하는 연구개발사업 역시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닮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라는 소설 속 ‘스펙트럼’이라는 단편은 외계인을 처음으로 조우한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우주항공 분야 연구원인 주인공 ‘희진’은 탐사 대원으로서 우주선에 올라탔다가 외계 행성에 표류돼 실종된 지 40년 만에 구조된다. 그 긴 시간 동안 희진은 언어나 외양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없는 외계생물체 ‘루이’에게서 보호를 받는다. 루이는 다른 외계 생명체들의 공격으로부터 희진을 지켜주고 자신의 언어 도구인 그림을 통해 희진과 소통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희진 역시 루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외계 생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인공지능(AI)이다. TV, 세탁기, 냉장고부터 자동차, 제조산업뿐만 아니라 영화, 게임 등 문화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영역에서 AI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재미나게도 우리 곁에 AI가 다가온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음에 깜짝 놀라게 된다. ‘인공지능과 딥러닝’의 저자인 마쓰오 유타카에 따르면 AI에는 총 3번의 붐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제1차 붐은 1950년대~60년대로, 최초의 컴퓨터 애니악의 탄생 후 10년 뒤, 추론과 탐색으로 AI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두 번째 붐은 1980년대에 등
필자는 지난해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의 중·고교생을 위한 ‘과학기술분야 진로 컨설턴트’ 모집 공고를 접했다. 몇일 동안 필자는 ETRI 연구원이 되기까지 이공계 분야에 겪은 무수한 고민과 선택을 되돌아봤다. 사람들은 매번 크고 작은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아마, 그 중에서도 고등학생이라면 인생에서 가장 첫 번째 맞이하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흔히 말하는 이과와 문과의 선택일 것이다. 이공계로 진로를 정한 학생들은 앞으로의 진로를 결정하기 위해 계속해서 수많은 선택을 이어나가야 한다.필자 역시 고등학교에서 이과로의 선택,
일반인이 ‘레이더(Radar)’를 떠올리면 2016년 우리나라에 설치한 ‘사드’를 기억하며 군사용 레이더를 주로 생각한다. 하지만 레이더는 이제 기존 국방, 기상, 위성 등 대형 레이다 중심에서 차량용, 생활용, 산업용 레이다나 민수용 소출력 레이더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특히,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등이 차량에 장착되며 차량용 레이더의 수요를 증가시키고 있다. 일상생활에 사용되는 지능형 레이더 모션센싱 기술이 스마트시티, 홈과 건물에서 각광받고 있다.아울러 드론산업의 발전과 함께 개인정보·
최근 TV나 영화에서 혹은 일상생활 속에서 하늘을 날고 있는 드론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드론은 특별한 전문지식 없이도 비행 조종이 비교적 쉬워 드론을 활용한 영상촬영, 택배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도가 증가하고 있다.이처럼 드론을 활용할 경우 건설현장, 교량, 산악지역 등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의 영상을 세밀하게 촬영하거나 섬이나 산간 오지 마을에 물품을 배송하는 등 사람이 직접 수행하기 어려운 임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드론 이용 확산에 따라 공항이나 원자력발전소 등 국가중요시설의 안전
ETRI와 카이스트 연구자들의 공동 관심에서 시작됐던 연구가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본 결과는 ‘건포도 빵 구조의 금속 산화물 복합 나노소재 개발’이란 주제로 지난 10일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지에 게재됐다.새로운 개념의 금속 산화물 시스템을 제시하고 OLED에 적용해 범용성과 성능을 입증한 셈이다. 산화 니켈 (NiO) 소재에 있어서 ETRI는 소자로서 응용 관점에서 연구했고, 카이스트에서는 소재 자체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선에 약간의 차이가 있었지만 연구에 대한 강한 열정은 같았다.필자는 ETRI에 입사한 2014년부터 산화 니켈
[충청투데이 이정훈 기자] 매년 여름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각국은 북서태평양에서 찾아오는 한 손님을 예의주시한다. 진로는 어디로 오는지 강도는 얼마나 센지 여러모로 신경이 많이 쓰이는 이 존재는 바로 태풍(颱風)이다.일반적으로 태풍은 두려움의 대상이다. 강한 비바람을 동반한 채 육지로 내습해 심대한 재산 및 인명피해를 일으키기 때문이다.사라호(1959년), 루사(2002년), 매미(2003년) 등은 지금까지 우리 국민들의 뇌리에 깊이 박힐 만큼 한반도를 깊게 할퀴고 상처를 남겼다. 때문에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이 과학기
2019년 7월, 한국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을 겨냥한 일본의 3대 소재의 수출 규제를 강화한 이후 우리는 이 위기를 기회로 바꿔 나가고 있다. 확고한 정부의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대한 지원 기조 속에 다양한 지원정책들이 수립돼 시행되고 있다.물론, 가시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가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상황 속에서도 소·부·장의 관심은 여전하다. 오히려, 코로나19 위기 상황이 글로벌 공급망의 다변화가 위기이자 기회가 돼 국내 기업의 발빠른 대응이 이뤄지고 있어 앞으로 원천기술로서 핵심소재 산업에 대한 관
ETRI 연구원으로 생활한 지 벌써 25년이 지나고 있다. 그동안 다양한 연구 분야에서 많은 과제를 수행해왔다. 현재 필자가 수행 중인 과제는 10년이라는 장기적인 목표 아래 딥뷰(DeepView)라 불리는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기존 연구들이 보통 3년에서 5년의 단기 과제로 과제가 종료될 때마다 새로운 과제를 수주하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장기과제인 딥뷰에 연구원으로 필자가 참여하니 주변에서 10년 동안 과제 걱정 안해도 되겠다는 부러움을 받곤 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벌써 딥뷰는 8년차에 들어가고 있다. 이제 남은 기간은 2
12년 전, 필자는 ETRI에 입사했다. 신입직원 교육에서 교육을 담당한 한 박사님은 풋풋한 새내기 연구원들에게 오래전 어린아이들이 상상하고 그린 그림이 현재 세상에서 시대를 대표하는 기술로 만들어졌다며 사진을 한 장 보여 주셨다.필자는 그 사진을 잊지 못하고 기억 속에서 꺼내 현재의 나에게로 돌아와 봤다.필자는 현재 ETRI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마이크로디스플레이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마이크로디스플레이는 고화질 TV를 1인치(2.54cm) 이하의 아주 작은 크기에서 디스플레이로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본 기술은
필자가 ETRI에 근무한 지 1년하고도 두 달이 넘었다.이제는 익숙해져 무덤덤하게 지나치는 연구원의 풍경이 작년 이맘때만 해도 참 설렜다. 첫 출근날, 연구단지로 진입하는 도로는 멕시코에서 휴가를 보낸 작은 마을이 생각날 만큼 이국적이었다. 연구원의 첫 인상은 대학 캠퍼스 느낌이 물씬 풍겼다.각 단과대학처럼 보였던 건물은 세계 최고의 연구소들이었다. 대전에서 태어나 20년 넘게 살면서도 이름만 들어봤지 한 번도 와본 적이 없었던 그곳에 내가 서 있었다. 멀고 낯설게만 느껴지던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연구 환경을 현장에서 체감하며 새로운
5년 전 알파고와 이세돌 9단간 바둑대결은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며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었다. '알파고 쇼크'는 인공지능 붐을 일으키는데 신호탄이 됐고, 이후 대한민국 정부나 기업 및 IT업계 엔지니어 등 많은 국민적 관심사가 인공지능 기술이 됐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ETRI에서도 엑소브레인 과제를 통해 2016년 12월에 개최된 장학퀴즈에 출연해 인간 참여자들을 제치고 우승함으로써 큰 이슈 거리가 됐다. 필자도 이즈음에 딥러닝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됐고, 매우 많은 관심을 두게 됐다. 하지만 이때까지 초음파를 이용한 의료
1990년대 우리나라에서 돼지를 키우는 농가는 13만 가구에서 452만 마리를 사육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약 6000여 가구에서 1100만 마리 정도 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지난 30여년 동안 농가 수는 줄었지만 생산되는 돼지 수는 대폭 증가하면서 농장의 대형화와 계열화가 진행되고 있다.또한 양돈 관련 국내 총생산액은 이미 연간 7조원을 넘었으며 국내에서 97만t을 생산하고 해외에서 42만t이상을 수입하는 대표적인 산업이 됐다. 양돈산업이 대형화가 될수록 인력의 효율적 운영과 사료·약품·에너지 등 비용 절감, 질병을 최소화하기
창업하기가 많이 쉬워졌다. 여기저기 아이디어가 넘쳐나고 날로 새로운 기술도 개발된다. 그러나 창업 성공률은 높지 않다. 언론에 따르면 벤처지원 신생기업의 75%가 실패한다고 한다. 이 통계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연구를 기반으로 하는데 산업별 창업 실패율 연구에 따르면 모든 미국 기업의 5년 후 실패율은 50% 이상, 10년 후 70% 이상이라고 한다. 창업기업들이 실패할 수 있는 이유로 사업의 초점 부족, 동기나 헌신, 열정의 부족, 주위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잘못된 조언을 받으며 좋은 멘토링의 부족을 들고 있다. 아울러 재무나
바야흐로 대창업시대(大創業時代)이다. 주변만 둘러봐도 창업에 대한 관심이 매우 뜨거운 것을 느낄 수 있다. 대학가에서는 창업동아리가 유행하고 있고 부처·기관에서는 창업지원 사업이 쏟아지고 있다.에어비앤비, 우버 등과 같은 공유플랫폼 기업을 비롯 아마존닷컴, 쿠팡 등과 같은 유통기업, 페이팔, 토스 등의 핀테크 기업 등 다양한 기업들과 서비스들이 경쟁 중이다. 이러한 대창업시대는 15~16세기에 걸친 '대항해시대'와 견줄 만하다.뛰어난 항해술과 탐험 정신을 바탕으로 유럽의 여러 국가들이 세계를 지배했다. 대창업시대에서는 돋보이는 기술
문서로 남겨지는 관점에서 연구과정을 굳이 3단계로 구분하자면 다음과 같지 않을까? 연구제안서, 계획서, 연구보고서 작성이다. 연구제안서는 연구 수주를 위한 것이고 이후 계획서 작성은 연구방향을 구체화하는 과정이다. 연구 여정을 정리하는 시점에서 연구보고서를 준비해야 하며 동시에 다음 연구단계를 계획 또는 새로운 연구를 기획하기도 한다. 연구제안서 및 계획서는 주로 과제책임자 주도하에 꾸며지고 연구보고서 작성은 개별 담당 연구원 책임하에 이뤄진다. 연구제안서와 계획서를 주도적으로 준비하는 기회는 연구자 평생 오지 않을 수도 있다.하지
수 년 전부터 필자는 초등생 딸을 위해 어린이 과학잡지를 구독해 오고 있다. 잡지에서 양자역학에 대한 연재만화를 다룬 적이 있는데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다. 매우 어려운 내용임에도 재미있는 스토리로 잘 엮어내 아이들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양자역학은 주로 사람 눈으로 보이지 않는 미시 세계에서의 물리적 현상, 즉 중첩, 얽힘 등과 같은 현상을 다루는데, 우리가 눈으로 보는 세계와 전혀 다른 특성을 보여 이해하기 매우 어렵다.이미 1980년대부터 폴 베니오프, 리차드 파인만과 같은 물리학자들은 양자역학적 성질을 활용하는, 이
사실 필자는 제목과 같이 물어봐 줄 조카가 있지는 않다. 하지만 이러한 질문은 호칭만 바뀐 상태로 누구에게나 받을 수 있다. '플렌옵틱'과 관련된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고 하면 가족들, 친구들 혹은 필자를 알고 있는 누구에게서나 저런 질문을 받을 수 있고, 질문자가 누구냐에 따라서 선택하는 단어나 소통하는 방식이 천차만별이다. 바로 옆 연구자 동료에게 설명할 때는 '플렌옵틱'과 유사하면서 이미 잘 알려진 기술을 예로 들면서 이야기를 진행하게 된다.하지만 일반인 특히 어린 조카에게 라면, 물건 두 개를 눈앞에 가져다 놓고 어떤 물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