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병화 ETRI 실감디스플레이연구실 선임연구원

ETRI와 카이스트 연구자들의 공동 관심에서 시작됐던 연구가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본 결과는 ‘건포도 빵 구조의 금속 산화물 복합 나노소재 개발’이란 주제로 지난 10일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지에 게재됐다.

새로운 개념의 금속 산화물 시스템을 제시하고 OLED에 적용해 범용성과 성능을 입증한 셈이다. 산화 니켈 (NiO) 소재에 있어서 ETRI는 소자로서 응용 관점에서 연구했고, 카이스트에서는 소재 자체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선에 약간의 차이가 있었지만 연구에 대한 강한 열정은 같았다.

필자는 ETRI에 입사한 2014년부터 산화 니켈 소재 및 이를 OLED에 적용하는 연구에 관심이 있었다. 필자는 학회 등 대외 활동을 통해 다양한 기관의 연구자들과 연구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토론하고 공유하면서 협력할 수 있게 됐다. 산화 니켈 연구를 함께 진행하면서 카이스트는 소재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시뮬레이션을 담당했다.

또 아주대학교는 소자를 연구했다. 각 다른 연구분야지만 함께 연구를 진행하면서 다른 분야의 기술을 이해하고 융합해 보는 것에 대해 무엇보다 즐거워했다.

돌이켜보건대, 서로 신뢰하면서 소통하는 연구 분위기가 공동 연구의 가장 중요한 발판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공동 연구의 결과가 단기간 내에 쉽게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첫 공동 연구로 구리 도핑된 신규 산화 니켈 소재 합성에 대한 개발을 완료하고 응용을 위해 OLED에 적용하는 실험을 했다. 그런데 소자 특성이 생각보다 낮게 측정됐다. 그 이유는 소자에 적용한 시점이 여름 장마철이라 이전에 합성을 진행했던 습도, 온도 조건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다시 실험해야 했지만 필자 뿐만 아니라 함께 진행했던 연구원들은 실망하기보다는 그 조건까지 고려해 다시 실험을 끝내고 첫 공동 연구 성과물을 미국화학회가 발행하는 포토닉스(ACS Photonics)에 2018년 5월에 게재했다.

다음 공동 연구 주제인 이종의 금속산화물 나노입자와 금속산화물을 복합화하는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은 기존의 패러다임을 뒤집는 신개념이었다.

이를 OLED 소자에서 구현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도전적인 연구라고 필자는 생각했다. 하지만, 국제적인 탑 저널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지 심사위원은 해당 신소재의 응용성을 검증하기 위해 OLED에 적용되는 상용 소재와 비교 평가까지 요청했다. 보통 우수한 신규 소재가 개발돼도 극히 일부 소재만이 OLED에서 상용 소재와 비슷한 수준의 특성이 나오기 때문에 또다시 긴 시간을 추가 실험에 매진하더라도 성공을 보장할 수 없었다. 아마도 일반적 공동연구였다면 추가적인 실험은 포기한 채로 전형적인 답변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함께한 공동 연구원들은 비록 실패할 수도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서로 믿고, 소통하면서 실험을 진행해 드디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미래의 고도화된 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다양한 학문 분야의 연구가 융합돼야 한다.

현재에도 필자가 소속된 ETRI를 비롯해 타 연구원, 대학 등에서 수많은 공동 연구가 진행중이다. 물론, 공동 협력 연구는 상대가 서로 교환, 보완할 수 있는 기술을 우선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성공의 필요충분조건은 공동 연구자 간 인간적인 신뢰와 소통이라 생각한다.

이런 조건의 공동연구 성공의 열매는 더욱 달게 느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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