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벼리 ETRI 홍보실

필자가 ETRI에 근무한 지 1년하고도 두 달이 넘었다.

이제는 익숙해져 무덤덤하게 지나치는 연구원의 풍경이 작년 이맘때만 해도 참 설렜다. 첫 출근날, 연구단지로 진입하는 도로는 멕시코에서 휴가를 보낸 작은 마을이 생각날 만큼 이국적이었다. 연구원의 첫 인상은 대학 캠퍼스 느낌이 물씬 풍겼다.

각 단과대학처럼 보였던 건물은 세계 최고의 연구소들이었다. 대전에서 태어나 20년 넘게 살면서도 이름만 들어봤지 한 번도 와본 적이 없었던 그곳에 내가 서 있었다. 멀고 낯설게만 느껴지던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연구 환경을 현장에서 체감하며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연구기관에 종사하며 체감한 연구 환경은 밖에서 보던 시각과는 큰 차이가 있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넉넉한 정부 지원금을 받아 사기업에 비해 여유로운 환경에서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조금 다르게 보였다. 물론, 좋은 아이디어와 연구 방법이 있어도 구체적인 결과물과 가시적 성과로 증명하는 일이 쉬운 것인 아닐 것이다.

당장은 핵심 과제로 선정이 되어도 때에 따라 안정적 연구 환경의 보장은 꼭 필요한 이슈가 되었다. 매년 노벨상 발표 시즌인 10월만 되면 전 국민이 하나되어 대덕연구개발특구만 쳐다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한국인 첫 과학 수상자를 기대하는 것만 보더라도 연구원들이 느끼는 부담감이 결코 가볍지는 않게 보인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상황도 마찬가지다. 수천 명씩 확진자가 발생하고 많게는 사상자도 수십 명씩 나오는 환경에서 정부출연연구원의 역할과 책임도 막중하다 생각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연구원만 하더라도 수백 개의 연구과제가 최초·최고의 타이틀을 걸고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로 대표되는 4차산업혁명의 완수도 우리 동료 연구원들의 몫이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소·부·장 관련 핵심기술 개발에도 연구진들은 땀흘려 극복하려 애쓴다.

이처럼 특정 지역과 과제를 뛰어 넘어 전 국가적인 차원에서 필요한 핵심적인 연구들이 이곳, 필자가 숨쉬는 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도심의 불법 쓰레기 투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각지능 인공지능 '딥뷰', 소방관의 안전과 화재진압 훈련을 돕기 위해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한 소방훈련용 시뮬레이터, 의료 데이터를 학습해 환자를 분석하고 진단하는 의료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인공지능 주치의 '닥터 AI' 등도 그러하다.

최근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기사를 보면, '세계 최초로 성공하였다',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라는 기사를 쉽게 발견한다. '최초·최고'라는 타이틀은 지금껏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때로는 시도조차 하지 못한 도전과 수많은 실패를 뛰어넘었을 때 붙일 수 있는 특권이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기술력이 발전하였다는 것은 높이 평가하고 자부심을 가질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특정 분야에서 정상에 오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성과는 단기적으로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의 학습과 거듭된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한 노력의 결과가 쌓여서 가능한 일이다. 국민들의 따뜻한 박수와 격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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