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구 ETRI 휴먼증강연구실 책임연구원

문서로 남겨지는 관점에서 연구과정을 굳이 3단계로 구분하자면 다음과 같지 않을까? 연구제안서, 계획서, 연구보고서 작성이다. 연구제안서는 연구 수주를 위한 것이고 이후 계획서 작성은 연구방향을 구체화하는 과정이다. 연구 여정을 정리하는 시점에서 연구보고서를 준비해야 하며 동시에 다음 연구단계를 계획 또는 새로운 연구를 기획하기도 한다. 연구제안서 및 계획서는 주로 과제책임자 주도하에 꾸며지고 연구보고서 작성은 개별 담당 연구원 책임하에 이뤄진다. 연구제안서와 계획서를 주도적으로 준비하는 기회는 연구자 평생 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연구원이란 직업을 택한 이상, 연구보고서를 오롯이 본인 책임하에 작성하는 일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과제 초기 계획된 내용으로 온전히 연구가 진행되지는 않을 때가 많다. 최종 연구 결과에 대한 책임은 과제책임자에게 있기 때문에 그와 면밀한 방향 수정 및 동의가 필수적이다. 그래서 잘 꾸며진 연구제안서 및 계획서는 담당 연구자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돼 있다.

연구책임자가 과제 내 모든 분야의 연구 방향을 이해하고 있기는 불가능해 과제출범 초반, 실무연구자의 연구 방향 설정 및 논리적 전개는 매우 중요하다. 과제 수행 중 연구내용 수정은 불가항력일 수 있다. 이는 연구 진행 중 중간결과 정리와 함께 이뤄진다. 연구보고서는 연구 중 수행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연구결과를 도출하고 이를 과제 의뢰기관에 연구자료를 바탕으로 글로 설명하는 형식으로 구성된다. 연구보고서는 연구 논리를 토대로 전개되면서도 주로 과정과 결과 위주로 내용이 채워진다.

특히 요즘에는 결과 중심으로 간략히 개조식으로 서술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라면 계획 대비, 우수한 결과들을 중심으로 서술한다. 논문의 형태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연구보고서와 논문은 무엇이 다른가?

연구보고서는 주로 과제 의뢰기관 및 관련자들을 위한 것이다. 논문은 세상 모든 연구기관 및 관련 연구자들 심지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다. 물론 논문을 내기 전, 연구의뢰기관과 연구수행자들의 기술적 권익을 위해 특허 출원이 선행되기도 한다.

따라서 논문은 결과와 함께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논리적 이유를 필수로 동반한다. 그러므로 작성자 입장에서 연구보고서 구성이 좀 더 쉬울 수 있다. 논문출판을 목표로 하는 연구 활동에는 모든 결과에 대한 세세한 검증자료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논문에 삽입되는 연구자료를 확보하는데 반복 실험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근거 및 이유를 설명하기 위한 보충 자료로 추가 데이터도 요구되고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많은 증거물을 수집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연구자들은 연구보고서를 논문처럼 작성하겠다는 마음으로 실험을 수행했으면 한다. 논문 형태의 보고서 작성을 염두에 두고 과제출범 초기부터 연구내용을 설계, 수행해 틈틈이 결과를 정리하면 연구 종료 후 논문 형태로의 전환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비록, 초벌 형태라 할지라도 순서상 논문 형식의 집필작업이 선행된다면 연구보고서 작성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과제종료 시점에 연구보고서 작성 부담감도 덜게 될 일이다. 세계과학산업계 발전을 통한 인류번영에 이바지한다는 자부심으로 과제의뢰기관 제출용 연구보고서를 십분 활용해 국제적 유수 저널에 논문 투고를 준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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