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수 ETRI 실감디스플레이연구실 선임연구원

필자는 지난해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의 중·고교생을 위한 ‘과학기술분야 진로 컨설턴트’ 모집 공고를 접했다. 몇일 동안 필자는 ETRI 연구원이 되기까지 이공계 분야에 겪은 무수한 고민과 선택을 되돌아봤다. 사람들은 매번 크고 작은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아마, 그 중에서도 고등학생이라면 인생에서 가장 첫 번째 맞이하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흔히 말하는 이과와 문과의 선택일 것이다. 이공계로 진로를 정한 학생들은 앞으로의 진로를 결정하기 위해 계속해서 수많은 선택을 이어나가야 한다.

필자 역시 고등학교에서 이과로의 선택, 그리고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하고 디스플레이를 연구하기까지 부모님과 선배들의 많은 조언이 있었다. 하지만, 필자가 고민 중인 연구분야의 최전선에서 활발하게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선배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 때 필자의 아쉬움이 불현듯 떠올라 진로 컨설턴트에 지원해 선발되기에 이르렀다.

첫 고등학교 진로 컨설팅 날, 이공계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기대와 설렘이 가득한 눈빛을 마주했다. 그만큼 학생들이 쏟아내는 이공계 연구자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가 컸다. 그때 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벅찼다. 하지만, 필자가 속한 정부출연연구원에 대한 개념조차 생소한 학생들이 대부분이어서 내심 당혹스러웠다. 특히, 이공계 전공자가 택할 수 있는 진로에 대한 단편적인 인식들이 많아 이에 대한 선입견이나 인식을 제고하는 것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제4차산업혁명의 시대, 디지털 전환의 시기에 맞춰 국가 간 기술패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술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미래 기술강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 가장 큰 변수는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등 빠르게 변화 중인 과학기술의 패러다임 속에서 세계 각국과 글로벌 기업들은 인재 모셔가기에 전략과 예산을 쏟고 있다. 출연연이 선도적으로 핵심 미래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국가 경제,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먼저 혁신적인 기술을 연구 개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와 더불어, 이공계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그에 따라 출연연에서 연구하기를 희망하는 우수한 과학자, 공학자들이 늘어나는 것이 출연연의 기술 혁신과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무궁한 가능성이 잠재된 10대들에게 이공계에 관한 관심을 독려하고, 진학 후에도 다양한 진로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도 출연연의 역할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더 적극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출연연을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ETRI 내에도 정보통신전시관과 역사박물관이 있지만, 외부인에게 더욱 더 널리 개방할 필요성이 있다. 대전시와 ETRI가 만드는 마중물플라자가 그래서 더욱 기대된다. 대덕연구개발특구에는 16개의 출연연이 모여 있다. 6만 8천여명의 연구자들이 치열하게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연구원들의 연구 성과를 쉽고 친근하게 접하고 직·간적접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는 등 미래의 과학자, 공학자들에게 현재의 연구 트랜드와 함께하는 미래 비전을 제시해 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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