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ETRI 홀로그래픽 콘텐츠연구실 선임연구원

사실 필자는 제목과 같이 물어봐 줄 조카가 있지는 않다. 하지만 이러한 질문은 호칭만 바뀐 상태로 누구에게나 받을 수 있다. '플렌옵틱'과 관련된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고 하면 가족들, 친구들 혹은 필자를 알고 있는 누구에게서나 저런 질문을 받을 수 있고, 질문자가 누구냐에 따라서 선택하는 단어나 소통하는 방식이 천차만별이다. 바로 옆 연구자 동료에게 설명할 때는 '플렌옵틱'과 유사하면서 이미 잘 알려진 기술을 예로 들면서 이야기를 진행하게 된다.

하지만 일반인 특히 어린 조카에게 라면, 물건 두 개를 눈앞에 가져다 놓고 어떤 물건이 앞에 있고, 어떤 물건이 뒤에 있는지를 물어보면서 이야기를 진행할 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분야가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는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있어 눈높이를 어디에 맞춰야 할지, 설명의 시작점을 어디서부터 해야할 지 찾는 것이 어렵다.

시작점에서 특히 어려운 것은 '플렌옵틱'이라는 신조어를 이해시키는 부분에 있다. 최근 ICT 관련 뉴스를 보면 신조어가 많다. 예전부터 회자 됐던 '인공지능', '가상현실', '증강현실',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을 승리로 이끈 알파고가 나왔을 때 등장한 '딥러닝', 2017년 비트코인이 열풍을 불러일으켰을 때 생겨난 '블록체인'을 비롯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메타버스'까지 뭔가 새로운 것이 나올 때는 항상 그에 대응되는 신조어가 함께 출현한다.

이런 신조어들을 기술적으로 따져보면, 대부분 뭔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연구자들에는 기존기술에 어떤 프레임을 씌워놓거나 재구성하는 정도로 여겨진다.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렵고, 일선 연구자들도 별로 관심 없는 이러한 신조어들은 역설적이지만 일반인과 연구자들의 소통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신조어들은 사실 연구자들의 관심사인 기술만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의 관심사인 관련 기술이 미래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내용까지 담고 있다. '플렌옵틱'이라는 신조어의 유래를 살펴보면, 포화상태 혹은 가득참을 뜻하는 'plenus'라는 라틴어를 어원으로 하는 '플렌'과 광학을 의미하는 '옵틱'이 합쳐진 말이다. 즉 카메라가 가득차 있다는 것이다. 기존 여러 개의 카메라를 통해 사진을 찍고 이를 처리하는 기술들은 이미 존재해있었다.

하지만 '플렌옵틱'이라는 단어 속에는 단지 카메라를 여러 개 쓰고 처리한다는 의미만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공연에 가서 사람들이 저마다 스마트폰을 꺼내 촬영하는 장면을 상상해보자. 이들이 촬영한 영상이나 비디오를 모두 한곳에 모아놓고, 이를 공개한다면, 그 공연장에 실제로 참석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마치 실제로 공연장에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가득 차 있는 카메라를 의미하는 '플렌옵틱'은 촬영된 영상과 비디오를 모아놓고 사람들에게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까지를 의미한다. 비단 '플렌옵틱'만이 아니다.

'메타버스', '블록체인', '딥러닝' 등 신조어들도 다 그에 상응하는 기술을 넘어선 일반인들에게 제시하는 서비스 혹은 미래의 모습까지 담고 있다.

아마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의 신조어들이 생겨날 것이다. 그리고 이 신조어들을 통해 연구자들과 일반인들이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며 같은 미래를 꿈꿀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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