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군산을 시작으로 울산 동구, 통영·고성, 창원시 진해구, 거제, 영암·목포 등 5개 지역이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과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이들 지역 모두 조선업 밀집 지역들로, 수주량 부족 등 조선업 침체에 따라 주요 조선사의 경영난이 심화되었다. 이에 따라 대규모 구조조정과 대량실직이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해당 지역경제가 큰 타격을 받았다. 한때 잘나가던 지역의 산업도시들이 이렇게 위기에 빠진 원인은 무엇일까? 첫째, 특정업종의 소수의 대기업이 지역 산업생태계의 지배적인 위치에 있고, 지역내 대부분의 기업이
지난 주말 사촌 남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홍콩을 다녀왔다. 사촌 동생과 제수씨 모두 미국에 살고 있는 아시아계 1.5세 이민자이지만, 양가의 가까운 친지들이 모국에 살고 있기에 신부 측의 홍콩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 아담하고 고즈넉한 홍콩섬 교외의 예배당에서 성공회식으로 치러진 결혼식은 그 자체적으로도 경건하였는데, 순간순간 어릴 적 함께 놀던 사촌 동생의 모습이 스쳐가고 어려운 상황에서 꿋꿋하게 이민자로서의 삶을 인내해 오신 이모부, 이모님의 마음이 느껴져 눈물이 울컥 쏟아지기도 하였다. 결혼식 후 점심과 저녁까지 장
온 가족이 설 명절에 모였다. 손주들은 내게 큰 기쁨을 안겨준다. 아이들이 뿜어내는 다채로운 모습은 나를 설레게 한다. 손주들을 볼 때마다 아이들이 지닌 개성이, 성별에 따라 꺾이지 않고 탐스럽게 열매 맺길 바란다.하지만 한국 사회는 성별 규정이 여전히 작동되는 사회다. 대여섯 살만 되어도 남자아이들은 분홍 바지나 치마를 입지 않는다. 분홍은 여자 색이고, 치마는 여성 옷이라는 사고 때문이다.규격화된 생각은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한다. 제약 없이 사고할 수 있어야 새로운 걸 만들어 낸다.영국의
언제부터인가 ‘피크 코리아’(Peak Korea)라는 얘기가 종종 들린다. 한국경제가 정점을 찍고 지속 둔화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 자녀 세대가 우리보다 잘살 수 있을까? "그럴거야"라고 애써 외면하지만, 피크 코리아에는 여러 근거가 있다. 특히 저출산·고령화가 주된 원인이다. 작년 출산율은 0.73으로 예상돼 세계 최저 수준이며 지방 소멸과 국가 소멸이 우려된다. 통계청 2022년 기준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15년 뒤에는 대전 규모의 인구가 소멸하고 40년 뒤에는 인구 절반 가까이가 노인이 된다. 생산가능인구가 2022년
지금 사회는 배움의 과정에 있는 학생들에게나 가르치는 선생들에게도 여러 가지 역량을 기르고 발휘할 것을 기대한다. 스마트폰, 자율주행차, 챗GPT 등 새로이 개발되는 기술들이 우리의 일상생활과 산업, 문화를 점점 더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기에 예전처럼 하나의 기술이나 역량을 갖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평생직업이라는 말이 무의미해지고 대신 평생교육이란 말이 더욱 중요해지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최근 대학에서 전통적인 전공보다도 융합전공, 연계전공, 자기설계전공 등 새로운 개념의 전공이 강조되고 나아가 무학과가 언급되고 있는 것도
"언제 밥 한번 먹자!"라는 말이 한국인의 뻔한 거짓말 중 하나라고 한다. 다음에 보자는 인사 대신 쓴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야기를 듣고 머리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누군가와 밥을 먹자고 약속했다면 나는 언제가 편할지를 물어본다. 다음에 보자고 말을 나눈 뒤에는 가까운 시일에 상대에게 연락을 취한다. 약속은 약속이기 때문이다.매일 새벽이면 큰손주의 아침 식사와 등교를 챙긴다. 8살짜리 아이의 입맛이 독특해서 향이 꼬릿꼬릿한 보리굴비를 그렇게 좋아한다. 등굣길에 종종 "할머니, 내일 보리굴비 해주세요"라며 애교 섞인 반찬 주문을
마음과 몸은 연결이 되어 있을까? 정신과 신체, 마음과 몸의 관계는 아주 오래전부터 다루어져 오던 흥미로운 주제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정신과 신체는 별개의 존재로 인식했고 중세시대에는 종교적인 관점으로 정신과 신체를 이해했다. 17세기 합리주의 시대에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유명한 말을 한 철학자 데카르트는 정신과 신체는 구분할 수 있는 두 개의 존재로 인식했다. 이후 자연과학에 기초를 둔 신경정신학이 발달하면서 정신과 신체를 통합하려는 연구가 진행됐다.철학이나 과학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 조상들은 정신과
많은 사람들이 가는 해를 아쉬워하고 새해에 대한 기대로 부풀어 있는 연말연시. 매년 반복되는 일이지만 이제 곧 고등학교를 졸업할 예정이거나 이미 졸업한 수십만명의 청년들에게는 대학입시로 인해 분주한 때다. 작년 11월 치러진 수능시험에 응시한 수험생이 총 44만 4870명(이중 고등학교 재학생은 28만 7502명)이라고 하니 이들에게 이번 연말연시는 예전과 달리 초조했을 것이다. 이미 수시모집에서 합격통지서를 받은 청년들은 기대감과 행복감으로 새해를 맞이했겠지만, 정시모집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최근까지도 어디를 지원해야 할지 망설였을
2024년 새해가 밝았다. 갑진년(甲辰年) ‘푸른 용의 해’다.용은 상상의 동물로 옛날부터 상서로운 존재였다. 지혜와 힘, 번영을 상징하는 용의 기운이 곳곳으로 뻗어 새로운 시작과 성장, 변화와 도전이 이뤄지길 바란다.그동안 새해를 앞뒤로 항상 분주한 일정을 보냈다. 소외계층을 위한 떡국을 만들고 지역주민의 일을 돌보며 늦은 시간까지 밖에 있었다. 올해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다. 며느리, 사위, 손주와 일상의 평범한 하루를 같이 맞이했다. 가족으로부터 지난 1년 동안 엄마와 아내로서의 평가도 듣고, 감사의 말, 사랑하는 마음
우울하다는 말은 진료실에서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진료실에 있다 보면 우울하다고 하면서도 치료받을 필요가 없다고 고집을 피우다가 가족의 강압에 가까운 권유를 받고 방문하는 환자를 흔히 볼 수 있다. 다리가 부러지거나 열이 나면 스스로 병원에 오면서 왜 사람들은 우울하거나, 죽고 싶다고 하면서도 병이 아니라고 하고 치료를 권유하는 의사에게 불신의 눈빛을 보내는 걸까?ㅤ"자신의 병은 자신이 더 잘 안다."라는 말을 저자는 좋아하지 않는다. 자살의 위험성이 높아 몇 번의 설득에도 돌아서는 환자와 가족을 보면 의사로서
누군가가 내 그림 앞에 서 있다. 그것도 한참 동안 말이다.그럴 때면 오래전 나의 흔적을 들키는 것 같아 부끄럽고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그림이 그런가 보다.그림은 어떤 식으로든 내가 들어가는 작업이다 보니 오래전 그림을 꺼내서 보게 되어도 추억처럼 그 시절이 떠오른다.어떤 마음으로 작업을 하고 그랬는지 추억의 수첩을 꺼내서 보듯 그 오래전 그림도 내 자화상인 셈이다.거기다 내가 아닌 타인이 뚫어지게 오랫동안 보고 있다면 내 삶의 상처를 남겼던 지나간 시간들의 생각들이 거품처럼 피어오른다. 이상하다. 내 그림을 내가 볼 때보다 타인
누구나 한 번쯤은 풀밭에서 네잎클로버를 찾았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말에 보물찾기하듯 친구들과 또는 가족과 옹기종기 모여서 시간 지나는 줄 모르고 풀밭을 뒤적였던 추억 말이다.클로버가 행운의 상징이 된 건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이야기에서 시작된다.나폴레옹이 전쟁에서 우연히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고개를 숙이는 순간 총알이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다.나폴레옹의 목숨을 구했기에 ‘행운의 잎’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클로버는 한국명으로 토끼풀로도 불린다. 토끼풀의 유래는 토끼가 즐겨 먹기 때문이라는 이야기와 잎이 토
선비는 수기치인(修己治人)의 삶을 사는 사람이다. 선비는 우주와 인간의 이치를 새롭게 해석하고, 안으로는 도덕적 수양에 힘쓰고, 밖으로는 사회적 실천에 매진하는 사람이다. 이런 선비의 삶은 크게 두 가지로 이뤄진다. 하나는 공부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다. 필자는 금융위기, 코로나 팬데믹, 기후변화, 전쟁, 범죄, 사회갈등 등 전 지구적 위기와 함께 공공리더십에 관한 담론이 다시 표출되는 시대적 상황에서 치인(治人)에 보다 주목하고 싶다.치인은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는 것이다. 유교의 지식인인 선비의 공부 목적은 제
누군가의 투병 중인 삶을 보고 그 사람에게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까? 안타까움은 투병 중에도 다 불태우지 못한 것이 투병 중임에도 열정이 있어 보일 때다.나 다움이라는 것. 아무리 아름다운 삶도 악마 같은 시간을 이길 수는 없다.사람은 타인의 모습을 보고 내가 늙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 같다. 잊고 있다가 내 나이와 같은 사람을 볼 때면 내가 많이 늙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마다 아름다운 삶의 정의와 방법은 제각기 다르다. 특히 노년의 삶은 더더욱 아름다워야 한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내 노년의 삶은 아름다울 수 있을까?
한국유교문화진흥원(한유진)은 공무원, 공공기관 리더들을 대상으로 유람일지(儒覽日誌)라는 선비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내년에 개최될 K-유교문화제의 주요 공간인 강경, 연산, 노성은 선비문화체험 프로그램의 산 교육장이다.먼저 강경의 죽림서원, 임리정, 팔괘정에서 율곡 이이, 사계 김장생, 우암 송시열이 보여준 스승과 제자의 아름다운 관계를 사색하면서 이 스승 존경 정신이 400년 후 강경고등학교가 주도한 ‘스승의 날’로 꽃 피우기까지 수백 년간 지속되는 문화의 끈질김을 느낀다. 연산의 돈암서원에서는 혼탁한 세상에 일신의 안위를
기술은 모든 기업의 경쟁력의 원천이며, 특히 혁신적인 바이오기업, 첨단 분야의 딥테크 기업에게는 더욱 중요하다. 기술이란 지적재산권뿐만 아니라, 100여 년간 유지된 코카콜라 원액성분과 배합방법처럼 공개되지 않는 영업비밀도 포함된다. 기업들은 이러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 등에 많은 비용과 노력, 시간을 투자하며 생사를 걸고 있다.반면, 이러한 매력적인 타사의 기술에 무임승차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기술탈취의 문제다. 기술탈취를 통해 기술을 확보하면, 일거에 최소의 비용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 기술탈취의
가을비가 내리고 나면 가을도 깊지만 무엇보다도 기온이 떨어져 가을을 맞을 준비가 안 된 나로서는 주섬주섬 스카프를 챙긴다. 넥타이를 메지 않는 나는 나름대로 스카프로 예의를 표하는 자리에 격식을 표한다. 또 코가 약한 나에게는 스카프의 보온효과가 상당한 매력이다.나는 겨울보다 요즘이 더 춥다.어쩌면 세상은 내가 감당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늘 노출돼 산다는 생각에 힘들 때가 많다. 개인의 철학이 미미한 삶이 더 단순한 행복을 누릴 수는 있겠지만 더 깊이 생각해 보면 불행한 한 시대의 의미 없는 스스로의 존재라고 단정 지어볼 때 나 스스
47억 아시아인의 대축제인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8일 폐막식을 끝으로 16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대회 기간에는 추석 연휴도 포함돼 일가 친인척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한민국’을 응원하는 진풍경도 볼 수 있었다. 필자 또한 친척들과 딸, 아들, 손주와 함께 모처럼 TV 앞에서 선수들을 응원했다.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대한민국은 금메달 42개, 은메달 59개, 동메달 89개로 중국과 일본에 이어 종합 3위의 성적을 기록했다.펜싱, 태권도, 양궁 등 전통의 ‘효자’ 종목에서 좋은 성과를 낸 가운데 수영은 각종 대한민국 신
그간 미·중 무역전쟁, 코로나19 팬더믹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야기된 글로벌 공급망 불안은 국제 경제질서를 세계화에서 지역주의로, 자유무역에서 보호무역주의로 변화시키고 있다.우리 경제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특히 수출부분에서는 발생한 적신호 속에 위기 극복을 위해서 우리지역 중소벤처기업들에게 새로운 수출전략과 지혜가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첫 번째, 수출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 2022년에 단일 시장으로만 수출하는 중소벤처기업 비중은 56%로 높아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발생시 수출중단으로 연결될 수 있다. 기존 수출국가
젊은 날 그렸던 나의 그림과 마주했다.내가 잊고 있었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있어서 내가 내게 놀랬다.잠시 시간여행을 한다.벌곡 작업실에는 그림을 보관해 두는 수장고가 함께 자리하고 있다.지난 장마로 혹시나 하는 염려에 들어가 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빗물이 세고 있었다.이참에 보수를 하고 정리를 해야겠다 싶어 수장고를 대대적으로 보수하고 그림과 자료들을 모두 끄집어내어서 정리를 했다. 발가 벗겨진 기분이 들었다. 다시 온전한 그 젊은 날 시절로 돌아가본다.수많은 길들이 내게 펼쳐졌지만 그럼에도 무던히 지켜왔었기에 잘못된 선택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