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한 ETRI 지능형시스템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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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우리나라에서 돼지를 키우는 농가는 13만 가구에서 452만 마리를 사육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약 6000여 가구에서 1100만 마리 정도 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지난 30여년 동안 농가 수는 줄었지만 생산되는 돼지 수는 대폭 증가하면서 농장의 대형화와 계열화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양돈 관련 국내 총생산액은 이미 연간 7조원을 넘었으며 국내에서 97만t을 생산하고 해외에서 42만t이상을 수입하는 대표적인 산업이 됐다. 양돈산업이 대형화가 될수록 인력의 효율적 운영과 사료·약품·에너지 등 비용 절감, 질병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많이 들어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이 적극적으로 개발, 활용되기 시작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디지털 전환 시대의 흐름 속에서 한국판 뉴딜 2.0의 디지털 및 그린 뉴딜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와 사회를 새롭게 변화시키겠다는 약속이다. 주요 내용으로는 전 산업의 데이터, 5G, AI의 활용과 융합 확산을 통한 생태계 강화를 골자로 하고 있다. 이로써 디지털혁신과 역동성을 촉진·확산하고 미래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을 준비 중이다. 현재 양돈과 관련된 시스템 산업은 이러한 국가 정책과 가장 부합하는 분야이기도 하면서 가장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양돈산업의 현실은 그리 녹록지 못하다.

아프리카돼지열병, 구제역 및 각종 소모성 질병으로 인해 막대한 손실과 농장 주변의 악취로 인해 많은 민원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필자는 2018년, 축산 선진국인 네덜란드의 와게닝겐 연구소와 벨기에의 루벤대 등 대표적인 학자들과 토론할 기회가 있었다. AI 등 신기술을 통한 질병의 관리 및 기술의 수용성이 낮은 농가의 현실적 측면은 해외도 국내와 마찬가지였다.

차이점이라면 해외 대비 국내 시장은 규모가 작고 최근 윤리적 소비에 따른 동물복지 기준의 생산강화, 기후가 달라 발생하는 환경제어의 어려움 등일 뿐이다. 이는 오히려 관련 시스템 산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가지고 있는 역량은 더 큰 것으로 판단된다.

필자는 SDF(Smart Defence for FMD) 연구단에서 국내·외 축산산업에 연계할 수 있는 ICT기술을 현장의 수의사, 농가들과 함께 개발하고 있다. 현재, 인공지능을 활용해 개발한 기술들은 현장 적용을 앞두고 있다. 농가에서 발생하는 질병 및 환경의 이상징후의 전반적인 상시 감시 체제로의 전환을 준비 중이다. 동물의 울음소리 등 음성을 통한 가축의 질병 조기 진단, 영상을 통한 가축의 행동 분석을 통한 사료의 섭취 분석, 질병에 따른 행동의 감시, 질병의 매개체인 차량과 사람의 출입 감시, 밀폐된 축사의 안정적 환기,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한 에너지, ICT 시스템의 수명관리 등이다. 아직도 현장에서 축산 농가를 만나보면 생산비용의 증가, 악취 관련 주민소송, 미증유의 질병 발생, 원하지 않는 살처분 등으로 어려워하고 있다. 돼지도 키워지는 동안만이라도 쾌적한 환경에서 고통 없이 살고 싶을 것이다.

소비자는 질병이 없는 안전한 돼지와 깨끗한 곳에서 자란 돼지고기를 먹고 싶어 한다. 진정한 선진국이란 모두가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이며 이제는 사람만을 위한 인공지능이 아니라 동물과 환경을 포함하는 모든 것을 위한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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