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욱 ETRI 실감디스플레이연구실 선임연구원

12년 전, 필자는 ETRI에 입사했다. 신입직원 교육에서 교육을 담당한 한 박사님은 풋풋한 새내기 연구원들에게 오래전 어린아이들이 상상하고 그린 그림이 현재 세상에서 시대를 대표하는 기술로 만들어졌다며 사진을 한 장 보여 주셨다.

필자는 그 사진을 잊지 못하고 기억 속에서 꺼내 현재의 나에게로 돌아와 봤다.

필자는 현재 ETRI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마이크로디스플레이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마이크로디스플레이는 고화질 TV를 1인치(2.54cm) 이하의 아주 작은 크기에서 디스플레이로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본 기술은 현재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메타버스(Metaverse) 시대를 이끌어갈 수 있는 핵심기술 중 하나로 전망된다. 눈앞의 불과 2~3cm 공간에서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구현할 수 있게 해준다.

간단히 말해 우리가 영화 ‘킹스맨’과 ‘레디 플레이어 윈’을 보며 꿈꾸어 왔던 미래 세상을 만들어줄 핵심 기술이다.

지금은 대형 TV, 스마트폰 및 태블릿 PC와 같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디스플레이 제품에 우수한 성능의 국내 OLED 기술이 계속해서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OLED 기술 연구에 뛰어들었던 당시에는 기존 LCD 및 LED 기술에 비교되어 경쟁력에서 크게 밀려 있었다.

국내 OLED 기술은 해외 유수 기업과 벌어져 있는 기술 격차로 인해 크게 관심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 이었다.

하지만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를 극복하고 우리의 OLED 기술을 당당히 세계 최고로 만들었다.

디스플레이 강국으로 만든 것이다. 이와 같은 기술 성장은 정부의 지원과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도 있었으나, 관련 분야에서 묵묵히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연구진의 끝없는 노력의 성과로 볼 수 있다.

처음부터 OLED 기술이 디스플레이에서 가장 어려운 마이크로디스플레이에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상상은 하지 못했다.

그러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및 관계자와 때로는 같이 때로는 경쟁자가 되어 펼쳤던 선의의 경쟁 결과가 상상을 조금씩 현실화하였고 더 큰 미래를 볼 수 있는 가능성을 가져다줬다.

예전에는 핵심기술 개발이 하나의 사회적 문화를 만들어갔다면,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은 문화가 기술 발전을 요구하고 기술은 시대적 트렌드를 반영하는 세상으로 점차 변해가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퍼지기 시작한 비대면 사회 문화는 메타버스(Metaverse)와 같은 현실과 가상 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기술을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자들은 상상과 현실을 이어주는 경계면 속에 있다.

그 경계를 보고 생각해서 만들기란 그리 쉽지 않다.

창의성의 발현과 시의성있는 연구과제의 뒷받침도 필요하다. 그래서 선도자(First Mover)가 어려운 것이다.

ETRI 전시관에 들렀을 때 크게 써 붙여있던 "ETRI의 현재가 세상의 미래다"라는 말처럼 세상의 메신저가 바로 연구자들이다.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향후에도 모든 연구자들이 기술과 사람, 그리고 트렌드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해 연구개발을 이어나간다면 꿈이 현실에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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