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태 ETRI 초경량지능형반도체연구실 책임연구원

일반인이 ‘레이더(Radar)’를 떠올리면 2016년 우리나라에 설치한 ‘사드’를 기억하며 군사용 레이더를 주로 생각한다. 하지만 레이더는 이제 기존 국방, 기상, 위성 등 대형 레이다 중심에서 차량용, 생활용, 산업용 레이다나 민수용 소출력 레이더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등이 차량에 장착되며 차량용 레이더의 수요를 증가시키고 있다. 일상생활에 사용되는 지능형 레이더 모션센싱 기술이 스마트시티, 홈과 건물에서 각광받고 있다.

아울러 드론산업의 발전과 함께 개인정보·사생활 침해 방지, 산업보안의 이슈로 안티-드론 탐지용 레이더 기술과 최근에는 플라잉카의 자율비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능형 레이더 기술개발 또한 요구되고 있다.

필자를 포함한 ETRI 연구진은 제4차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부상하고 있는 메타버스, 자율자동차 등 다양한 전파센서(Radar)의 활용이 급증함에 따라 이에 대한 연구도 빠르게 진행중이다. 특히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레이더 핵심부품을 국산화하고 향후 레이더 시장의 기술 주도를 위한 핵심기반기술 창출에 노력하고 있다.

2017년 충북 제천에서 스포츠센터 화재로 29명이 사망했다. 최악의 참사를 보면서 연구진은 화재 현장에서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이 가능한 레이더 센서 반도체 개발에 초점을 맞춰 연구에 착수했다.

먼저, 재난환경 조건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구조하는 소방대원분들에게 설문과 의견을 연구내용에 반영해 실용성 있는 시스템 개발을 추진했다. 화재 등 재난현장은 어둠과 연기·분진 등 소방대원의 시야를 제한하는 요소가 많다. 또한 화재 현장의 건물구조를 정확히 알 수 없어 피해자의 효과적인 인명구조가 어렵다.

기존에 소방관들은 화재현장에서 재실자 파악을 위해 열화상카메라, 스테레오카메라를 사용해 인명구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열화상카메라는 유리나 벽의 투과가 불가능하고 가격이 비싸 개인에게 지급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또한 스테레오 카메라 역시, 시야가 확보된 환경에서만 재실자 파악이 가능해 재난환경에서는 활용이 쉽지 않다.

연구진은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연구기획에 본 내용을 담았다. 재난현장에서 소방대원이 손쉽게 휴대하도록 마치 휴대폰처럼 기기형태로 만들어 시야 한계를 극복했다. 또 검은 연기 등 어두운 환경 또는 장애물 뒤편의 피해자를 탐지하는 기술까지 개발해 냈다.

이로써 연구진은 전파가 가지는 투과성능 향상과 탐지성능을 조금 더 높일 수 있는 레이더 센서 반도체 기술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비가시환경 및 장애물 뒤의 상황에서 피해자 존재를 신속하게 파악해 정확한 인명구조가 가능토록 만들었다. 아울러 우리의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 소방대원의 안전 보장에도 도움이 되고자 했다. 기기는 소방대원이 휴대가 간편하도록 소형화로 만들기 위해 안테나의 최적화와 시스템 소형화 개발에도 꾸준히 노력 중이다.

향후 연구진은 소방 관계기관과 협업을 통해 모의 실증을 추진하는 등 재난현장에 레이더 센서 반도체 기반의 인명구조 시스템을 적용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필자 및 동료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이 각종 재난환경에서 골든타임 내 인명구조와 소방대원의 안전한 구조 활동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ICT가 긴급 재난현장에서 소중한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기술로 재탄생할 수 있어 필자는 과학자로서의 삶이 즐겁고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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