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절 혈류 차단 시 뼈가 약해지는 질환
단순 염좌로 오해해 치료 시기 놓치기 쉬워
과음·흡연 피하고 스테로이드 사용 주의

도움말=박진성 천안우리병원 관절센터 진료과장
도움말=박진성 천안우리병원 관절센터 진료과장

[충청투데이 박동혁 기자] 고관절은 걷기, 앉기, 일어서기 등 일상생활의 대부분 동작에 관여하는 중요한 관절이다.

이 관절을 이루는 대퇴골두는 혈액 공급이 원활해야 건강한 모양을 유지할 수 있는데, 혈류가 차단되면 뼈가 서서히 약해지고 결국 죽어가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를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라고 한다. 많은 분이 이를 단순 골관절염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관절 구조 자체가 무너질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이다.

이 질환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초기에는 뚜렷한 이상이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X-ray에서는 어느 정도 진행된 단계에서 변화가 관찰되기 때문에 통증이 있어도 단순 염좌나 과사용으로 오해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MRI를 촬영하면 뼛속에 혈액이 도달하지 못한 부위가 초기에도 비교적 명확하게 보인다. 따라서 고관절 통증이 반복되거나 체중을 실을 때 유독 아프다면 단순한 일시적 통증으로 넘기지 말고, 정밀한 검사를 고려해야 한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흔히 중장년층의 질환으로 알려졌지만 30~40대의 젊은 나이에서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스테로이드 장기 복용, 잦은 음주, 고관절 외상 등은 젊은 층의 발병률을 높이는 대표적인 원인이다.

특히 과음은 지방세포를 증가시키고 혈류 순환을 방해해 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흡연 역시 혈관을 수축시켜 혈류 공급을 저하해 위험을 더 높인다. 반복적인 음주와 흡연 습관이 있다면 고관절 통증을 더욱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진단 이후의 치료는 질환의 진행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초기에는 보존 치료를 우선 적용하며, 체중부하를 줄이는 생활 습관 조정, 약물 치료, 고압산소 치료 등을 시행할 수 있다. 또 ‘골수 감압술’은 뼛속 압력을 낮춰 혈류를 개선하는 치료로, 비교적 초기 단계에서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대퇴골두가 이미 함몰되거나 관절면이 손상되면 수술이 필요하다. 절골술을 통해 하중이 실리는 부위를 조정하거나, 더 진행되면 인공고관절 치환술이 가장 확실한 치료법이다.

수술 후 회복 기간은 치료 방법에 따라 다르다. 골수 감압술이나 절골술을 시행하면 수개월간 보행보조기구가 필요할 수 있으며, 대략 3~6개월의 회복이 요구된다. 반면 인공고관절 치환술은 회복이 비교적 빠른 편이다. 수술 후 약 1주 이내에 보행할 수 있고, 6주가 지나면 대부분 독립 보행에 큰 무리가 없다. 2~3개월 정도면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어 환자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완전히 예방하기 어렵지만, 생활 습관 관리로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과음과 흡연을 피하고, 스테로이드 제제는 반드시 의사의 지시에 따라 최소 용량·최단 기간으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지혈증이나 당뇨와 같은 대사질환을 잘 관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고관절을 다친 후 통증이 오래 지속된다면 더 조기에 검사받아야 한다. 질환의 진행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초기 발견’이기 때문이다.

고관절 통증은 흔할 수 있지만, 그 이면에 숨은 병은 절대 가볍지 않다. 젊은 나이라도 안심할 수 없는 만큼, 평소와 다른 통증이 반복되거나 지속된다면 반드시 전문의 상담을 통해 원인을 확인하고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관절은 한 번 손상되면 원래 상태로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생활 습관 관리가 무엇보다 확실한 예방법이다.


도움말=박진성 천안우리병원 관절센터 진료과장
천안=박동혁 기자 factdong@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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