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기금 기준 확 바꿔야]
매년 항목·구성·명칭만 달라질 뿐
계획서 품질 평가비중의 80% 차지
2025년에도 성과·집행실적 10% 뿐
예산 내려보내기만해도 집행률 100%
[충청투데이 조사무엘·권오선 기자] 정부가 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소멸 위기 대응을 위해 도입한 ‘지방소멸대응기금’의 평가 방식 개선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평가 체계가 집행률과 사업계획서에만 치우쳐 있어 기금 투입을 통한 실제 지방소멸 완화 효과를 측정하는 장치가 미흡하다는 분석에서다.
21일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처음 도입된 2022년부터 2026년까지의 평가체계를 비교한 결과, 매년 평가 항목의 구성과 명칭은 달라졌음에도 평가의 핵심 구조는 여전히 ‘투자계획서 중심’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 비중의 80%가 계획서 품질에 좌우되는 구조로, 인구유입·정주여건 개선 등 기금의 본래 목적과 직접 연결되는 성과지표는 미미했다.
실제 첫해부터 투자계획의 체계성·연계성·타당성 등이 전체 평가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며 계획서의 완성도가 평가 핵심 요소로 작용했다.
2024년부터는 성과평가를 새로 도입했지만, 평가 구성은 여전히 사업개요·추진취지·미흡사항 중심의 서술형 평가에 머물렀을 뿐 정량지표는 부재했다.
2025년 평가 역시 성과평가 비중을 확대했다는 정부 설명과 달리, 실제 배점은 투자계획 80%, 성과·집행실적 10%, 정책연계 3%, 정량지표 7%로 구성돼 핵심 비중이 여전히 투자계획에 집중됐다.
올해 초 정부가 발표한 2026년 평가계획에서도 이러한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추진실적·성과분석 배점이 일부 늘었지만(10점→13점), 1차 평가의 대다수(80점)는 여전히 투자계획 평가가 차지한다.
문제는 이러한 평가 방식이 실제 지방소멸 대응 효과와는 거의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자체가 제출한 성과보고서를 살펴보면 정량지표보다는 정성적 서술에 치우쳐 있으며, 인구 유입·청년 정착·출산율 변화 등 핵심 성과를 분석한 자료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성과보다 계획서 기반의 평가가 반복되면서, ‘지방소멸을 얼마나 완화했는가’보다 ‘투자계획을 얼마나 잘 작성했는가’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구조가 고착된 셈이다.
여기에 집행률 중심의 평가 방식도 왜곡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광역단체는 기초에 예산만 내려보내도 100% 집행으로 기록되고, 기초단체 역시 출연기관에 일시 지급하는 방식만으로 집행률을 즉시 끌어올릴 수 있다.
집행률이 실제 추진성과와 괴리돼 있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집행률이 곧 성과’라는 인식이 왜곡돼 온 것이다.
육동일 지방행정연구원 원장은 "지역의 실제 데이터를 반영한 지역맞춤형 지표가 필요하다"며 "지역의 정주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실제 인구 유지에 영향을 주는 사업 중심으로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사무엘 기자 samuel@cctoday.co.kr
권오선 기자 kos@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