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따라 발현 양상 다른 접촉성 피부염
물집·발진 대표적… 반복 노출시 만성화
원인 파악으로 유발 물질 차단이 최선
[충청투데이 함성곤 기자] 접촉성 피부염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세제와 금속, 식물 성분 등 다양한 물질이 피부에 닿으면서 발생하는 염증성 질환이다. 특정 물질에 대한 과민반응이 원인이 되며 자극 물질이 좁은 범위에 닿더라도 피부 발진과 가려움이 빠르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이중선 대전을지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는 "접촉성 피부염은 ‘무엇에 닿았는가’를 밝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치료 단계"라며 "반복되는 노출을 차단하는 것만으로도 증상 악화와 재발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자극성·알레르기성 두 유형…발현 속도도 각각 달라
접촉성 피부염은 크게 △자극성 접촉 피부염과 △알레르기성 접촉 피부염으로 나뉜다. 자극성 접촉 피부염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일정 수준의 자극만 가해지면 나타나며, 알레르기 반응과는 무관하다. 강한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화상처럼 급성 염증이 발생하거나 만성 습진 형태로 진행할 수 있다. 성인의 경우 세제·약품·용제(솔벤트)·화학물질이 대표적인 원인 물질로 꼽힌다.
소아에서는 기저귀 발진이 흔하다. 소변·대변에 포함된 자연 화학물질이 피부에 장시간 닿으면서 염증을 일으키며, 특히 기저귀 착용 부위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반면 알레르기성 접촉 피부염은 특정 물질(알레르겐)에 민감한 사람에게서만 나타난다. 정상 피부에는 문제가 없는 물질도 알레르기 체질에서는 피부염을 유발할 수 있다. 담쟁이덩굴·옻나무 같은 식물, 니켈·코발트 같은 금속, 금속성 지퍼나 장신구, 화장품 성분, 방부제, 고무·합성수지 등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증상은 노출 후 1~2일이 지나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 특징이다.
◆가려움·붉은 발진·작은 물집이 대표적…모양 따라 원인 추정되기도
접촉성 피부염은 △심한 가려움 △붉은 발진 △작은 수포(물집) 등이 전형적으로 나타난다. 자극이 심한 경우에는 통증이 동반되며, 진물이 흐르는 급성 염증으로 진행한다. 또 접촉 방식에 따라 피부 병변이 선(직선)·원형·타원형처럼 독특한 모양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장기간 노출이 지속되면 피부가 검게 변하거나 두꺼워지고, 각질이 두드러지는 만성 변화가 생긴다.
◆원인을 피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생활 속 관리가 치료의 반
접촉성 피부염은 ‘접촉’이 곧 원인이 되는 만큼, 예방의 핵심은 유발 물질을 멀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상에서 예기치 않은 접촉이 반복되면 치료가 길어질 수 있다. 이 교수는 "특히 주부나 서비스직 종사자처럼 손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은 장갑 사용이 매우 중요하다"며 "노출을 줄이면 치료 속도도 크게 빨라진다"고 조언했다.
접촉성 피부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원인 물질과의 접촉을 줄이는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 소아의 경우 기저귀 발진이 흔한 만큼 기저귀를 자주 갈아주고, 대변 후에는 따뜻한 물로 부드럽게 닦아 자극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손을 많이 사용하는 주부나 특정 직종 종사자라면 주방이나 목욕실, 다용도실처럼 자극 물질이 많은 환경에서 반드시 장갑을 착용하고, 사용 후에는 햇볕에 잘 말려 습기를 제거해야 한다.
화장품이나 염색약으로 피부염이 생겼다면 즉시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 또 새로운 화장품은 얼굴에 바르기 전 팔 안쪽 피부에 일주일 정도 시험적으로 발라 붉어짐이나 가려움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금속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니켈이나 코발트 성분이 포함된 장신구는 피하고, 순금이 아닌 금속 소재는 가급적 착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목욕할 때는 자극이 적은 바디 전용 제품을 사용하고, 샤워 후 물기를 닦을 때는 피부를 문지르기보다 가볍게 두드려 건조시키는 방식이 도움이 된다.
◆증상 악화·발열·심한 부종이 있다면 즉시 진료
접촉성 피부염은 기본적으로 경과가 좋은 편이지만, 반복 노출이나 부주의로 악화되면 수년간 치료가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교수는 "과거 접촉성 피부염을 앓은 환자는 어떤 상황에서 악화되는지 스스로 파악하고 회피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발열이 동반되거나 △염증 부위가 심하게 붓고 △통증이 지속된다면 세균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빠른 전문 진료가 필요하다. 적절한 진단과 치료, 그리고 원인 물질 회피가 병행될 때 재발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도움말=이중선 대전을지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
함성곤 기자 sgh0816@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