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없어 발견 늦어지는 고령층 폐렴
항생제 임의 중단 시 내성·악화 위험↑
백신 접종으로 중증·합병증 예방 필수

도움말=류호준 대전을지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도움말=류호준 대전을지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충청투데이 함성곤 기자]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망 원인은 암과 심장질환, 그리고 폐렴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폐렴은 고령층에서 치명률이 매우 높은 질환으로, 65세 이상 입원 환자의 경우 사망률이 20%에 달하며, 중환자실에서 치료가 필요한 중증 폐렴은 35~50%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류호준 대전을지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와 함께 폐렴의 위험성과 예방, 치료 원칙에 대해 살펴봤다.


◆고령층 폐렴, 감기와 혼동하기 쉬워…‘전형적 증상’ 없이 진행되기도

폐렴은 감기나 기관지염과 달리 병원체가 직접 폐 조직에 침투해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감기·기관지염이 대개 일시적 상기도 감염에 머무는 데 비해, 폐렴은 염증이 폐포까지 확대돼 치료 시기를 놓치면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소아·청소년에서는 바이러스성 폐렴이 많아 비교적 회복이 빠르지만, 고령층은 세균성 폐렴이나 내성균 감염 가능성이 높아 중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문제는 고령층에서 폐렴이 흔히 ‘전형적 증상 없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발열이나 기침이 거의 없고 △식욕 부진 △기력 저하 △신체·정신 기능 저하만으로 발현되는 사례가 매우 많다. 단순 노화로 여기며 병원을 늦게 찾는 경우가 적지 않은 이유다.

류 교수는 "식욕 저하나 기력 감소 정도만 보여도 폐렴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가정에서 지켜보다 뒤늦게 진단받는 사례가 반복되고, 보호자들이 크게 후회하는 경우가 많아 고령층은 평소와 다른 변화가 나타나면 반드시 검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괜찮아진 것 같은데…" 항생제 임의 중단이 내성 불러

폐렴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달라지지만,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초기에 세균성과 바이러스성을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대부분 항생제를 우선 투여한 뒤 검사 결과를 반영해 치료 방향을 조정한다.

경증의 지역사회획득 폐렴(CAP)은 최소 5일 이상 항생제를 복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그러나 기저질환이 있거나, 중증 폐렴으로 진행된 경우, 합병증이 생긴 경우에는 2주 이상 장기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내성균 감염이 의심되면 수개월간 치료가 이어지는 사례도 보고된다.

증상이 호전된 것처럼 보여도 세균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을 수 있기 때문에 항생제를 중간에 끊으면 내성 위험이 커진다. 때문에 반드시 의사가 정한 일정과 용량에 따라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폐렴 회복 과정에서는 마른기침·피로감이 2개월가량 지속될 수 있다. 이는 폐 조직이 정상 기능을 되찾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기침이 다시 심해지거나, 2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열이 재발하면 후유증 또는 2차 감염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폐렴 예방백신, 고령층·만성질환자라면 반드시 고려해야

폐렴구균 백신은 폐렴구균 감염으로 인한 중증 폐렴과 패혈증·뇌수막염 등 합병증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65세 이상 고령층, 만성 심혈관·폐질환자, 당뇨 환자, 간·신장 질환자, 면역저하자 등은 필수 접종 대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25년 10월부터 생후 2개월 이상 18세 이하 소아·청소년에게 ‘PCV20 폐렴구균 백신’이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또 65세 이상은 국가예방접종사업을 통해 PPSV23 백신을 무료로 접종할 수 있다.

류 교수는 "기저질환이 없는 성인이라면 의무 접종 대상은 아니지만, 65세 미만이라도 고위험군에 속한다면 조기 접종이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백신 종류와 접종 간격은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전문의와 상담 후 결정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도움말=류호준 대전을지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함성곤 기자 sgh08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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