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 명함 보내 안심시킨 뒤 만나자 제안
관급 공사 입찰 정보 노린 정교한 수법 진화
제천시 “의심나면 반드시 확인해야” 당부

제천시청 회계과 공무원으로 위조한 명함 이미지 파일. 독자제공
제천시청 회계과 공무원으로 위조한 명함 이미지 파일. 독자제공

[충청투데이 이대현 기자] 제천에서 전기공사업을 운영하는 A 씨는 최근 자신을 시청 회계과 직원이라 밝힌 한 남성과 통화한 뒤 가슴을 쓸어내렸다.

관급공사 관련 업무라며 접근한 이 남성의 정체는 알고 보니, 공무원을 사칭한 사기범이란 걸 알았기 때문이다.

해당 남성이 휴대폰으로 보낸 명함 이미지 파일에는 실제 회계과 직원의 이름이 적혀 있었지만,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5일 A 씨에 따르면 이 남성은 전날 오후 “제천시청 회계과 이○○인데, 전기공사 현장을 맡기려 한다”며 “수의계약을 위해 6일 오후 시청에서 만나자”고 제안했다.

이어 명함 이미지 파일을 휴대폰 메시지로 전송했다.

A 씨는 “말투도 어설프고 업무 파악도 제대로 안 된 듯해 의심스러웠지만, 명함까지 보내고 일감을 준다기에 일단 만나볼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만남이 이뤄지지 않아 다행히 금전적 피해는 없었지만, 자칫하면 금전적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아찔한 상황을 모면했다.

이번 사기 수법은 소상공인을 상대로 ‘노쇼’나 ‘물품 대리구매’ 사기를 벌이는 것과 다르게 관급 공사 입찰에 참여한 업체의 연락처를 확보한 뒤 “추가 일감을 주겠다”며 접근하는 방식이다.

실제 만남이 이뤄지지 않아 이 남성이 어떤 사기 행각을 벌이려고 한 것인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시청 회계과 관계자는 “이○○ 직원이 실제 근무 중인 것은 맞지만, 명함에 적힌 연락처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며 “이미지 파일로 명함을 정교하게 위조해 공무원을 사칭한 것도 모자라 일감을 주겠다고 접근한 사례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사부서 관계자는 “석 달 전에 물품 대리구매 사칭 사례가 있어 언론 자료도 내고 홈페이지에 공고문도 올렸지만 여전한 것 같다"며 "전국적으로 유사한 사례가 빈번한 만큼, 업체들은 공무원 명함을 받았을 경우 반드시 시청 공식 연락처를 통해 진위를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대현 기자 lgija2000@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