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보다 의정활동비·후원금 적어
보좌관 등 인력 없어 여력 안된다는 명분
제도적 개선, 의원·시민 관심 모두 필요
[충청투데이 조사무엘 기자] "1991년 지방의회가 의정활동을 시작한 이후 지방의회 및 지방의원의 의정활동과 관련해 제기되는 문제들에 대해서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가 크게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지방의회 의정활동 역량강화 방안’ 서문을 통해 전한 말이다.
2013년에 나온 보고서지만, 10년 이상 흐른 지금에도 적용되는 문구다.
31일 지역정치권에 따르면 공직선거법 제111조(의정활동 보고)는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모두가 선거구민에게 의정활동을 보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의정활동’은 선거구 활동이나 일정 등 홍보에 필요한 사항을 의미하며, ‘보고’는 보고서나 인터넷, 문자메시지 등의 방식으로 가능하다.
현실에서 이 의정활동에 대표적으로 활용되는 게 ‘의정보고서’다.
선거 과정에서 약속한 공약들을 얼마나 지켰고, 어떠한 성과가 나왔는지 한눈에 홍보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국회의원에게 의정보고서는 ‘홍보 기회’로 여겨진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의정보고서는 현행법과 선거관리위원회가 인정하고 있는 합법적 PR 수단"이라며 "의정활동비 안에서 합법적으로 업적을 알릴 수 있어 발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지방의회는 상황이 정반대다.
공약 공개와 의정보고 모두에서 소극적이고, 실제 보고서를 제작하거나 배포하는 사례도 드물다.
합리적으로 의정활동을 전개하고 있는지, 주민들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됐는지 바라볼 방법이 미흡한데, 명분은 ‘예산과 인력의 부족’이다.
쉽게 말해 국회의원보다 의정활동비·후원금 등이 적은 데다가 보좌관 등의 인력도 없어 의정보고서를 만들 여력이 안 된다는 뜻이다.
이 같은 구조적 한계는 시민사회에서도 꾸준히 지적돼 왔다.
2023년 시민단체 함께하는시민행동은 ‘지방의회 의정활동 정보 공개 현황 분석 보고서’를 통해 전국 243개 지방의회를 분석한 바 있다.
보고서에는 △회의록 공개 여부 △예산안 및 결산안 심의자료 공개 비율 △17개 광역 지자체 지방의회 자료 공개 현황 등이 담겼다.
당시 개선사항으로는 "주민 감시활동이 형식에 그치지 않도록 심의자료를 적극 공개해야 한다", "각종 자료 접근 경로가 복잡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회의록 공개 기한을 명시하고 일정 기간 내 의무 공개할 필요가 있다", "공개되는 회의록 형식도 점검이 필요하다" 등이 제시됐다.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지적이다.
결국 문제는 단순히 의정보고서 부재에 그치지 않는다.
지방의회가 의정활동 전반의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접근 경로를 단순화해야 주민의 알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함께하는시민행동 관계자는 "국회의원에 비해 지방의원은 여건이 열악한 측면이 있는 만큼 정치중립 의무가 있는 정책지원관을 보좌관과 같이 역할을 바꾸거나 수를 늘리는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예산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다만 이 같은 제도적 개선 전에 지방의원과 주민, 즉 유권자 모두가 의정활동에 대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의원 스스로 의정활동 보고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않는다면 제도가 아무리 정비돼도 작동하기 어렵다"며 "주민 역시 우리 지역 의원의 공약과 이행 현황을 적극적으로 살펴보고, 이를 요구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사무엘 기자 samuel@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