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일 前 충북과학기술혁신원 경영본부장

지난달 9월 26일 대전 정부 전산센터에사 발생한 화재로 인해 핵심 전산망 647개의 서비스가 멈추는 대규모 장애가 발생했다. 상당부분 복구됐지만, 일부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산장비인 서버 바로 옆 60㎝에 두고 있는 배터리의 이전 작업 중 불꽃이 튀고 열 폭주로 정부 정보관리원이 모두 정지된 초유의 사건이 터진 것이다.

지난 2022년 카카오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당시 카카오톡, 카카오맵 등 국민 절반 이상이 사용하는 서비스가 온종일 마비됐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도 우리는 디지털 인프라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체감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전자정부 서비스 이용률은 91.7%에 달하고, 이는 국민 90% 이상이 온라인 민원 서비스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이런 전산망 장애의 파급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화재로 인한 정부 전산센터 장비 이중화를 놓고 전 정부가 잘못했느니, 현 정부가 잘못했느니 하면서 정치권은 남 탓만을 하고 있다.

수십 년 전부터 이중화(Backup Center, DR 센터 등)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설마 그런 일이’라는 인식으로 미뤄졌고,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이중화 필요성을 제기했음에도 정책화되지 않았다. 예산, 우선순위, 정치적 의지 부족 등으로 인해 실행되지 않은 채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

1990년 초 주민등록 시스템 업무를 추진했던 필자로서는 현 상황이 남의 일 같지 않다. 당시에는 읍면동 사무소에 워크스테이션을 설치하고 해당 지역 자료를 입력, 전출입, 출생, 사망 등을 전산으로 처리했다. 이 자료는 바로 광역자치단체인 각 시·도 정보시스템이 이중으로 구축, 보관, 운영했다.

현재와 같이 중앙 집중식이 아닌, 분산형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집중식이든 분산형이든 각각의 장단점은 있을 수 있으나 지금과 같은 사태에서는 분산형이 더 효율적이라 할 수 있다.

기업에서는 이미 일반적이다. 청주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특성상 단 1초라도 정전이 되면 그 손해는 상상 이상이다. 이것을 타파하기 위해 신청주변전소와 신중부변전소 양쪽에서 전력을 공급받고 있고 덧붙여 자사(自社) LNG발전소를 이용해 만일 사태에 대비한다. 전력 삼중화인 셈이다. 국민 민원과 가장 직결된 국가정보시스템, 전력, 통신등을 이중화해 다시는 이러한 사태가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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