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전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프로야구 티켓을 대거 예매한 뒤 암표로 팔아 수억원의 부당이익을 편취한 일당을 붙잡았다. 20대와 30대 남성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제작해 유포했고, 40대 남성은 이를 다운받아 프로그램을 가동했다고 한다. 매크로(Macro)는 단순 반복 작업을 자동으로 수행하도록 만든 소프트웨어를 일컫는다.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 등 온라인 예매 사이트에서 표를 선점해 되파는데 악용되고 있다. 암표상들의 농간에 정작 실수요자들은 표를 구하지 못하거나, 웃돈을 주고 구매해야하는 실정이다.
검거된 40대 남성은 지난 2023년 3월부터 올 7월까지 5254회에 걸쳐 프로야구 티켓 1만881장을 예매해 되판 것으로 드러났다. 피시방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가동한 뒤 예매 인원을 자동 입력하는 수법이 동원됐다.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순이익이 3억1200여만원이나 된다니 말문이 막힌다. 평범한 직장인들의 몇 년 치 연봉을 암표장사로 번 것이다. 정가 4만원인 한화 이글스와 기아 타이거즈 경기를 10배 비싼 40만원에 팔기도 했다. 지난 3월 22일 하루에만 야구 경기표 128장을 팔아 무려 1527만원을 챙겼다고 한다.
프로야구뿐만 아니라 인기 있는 공연에는 으레 암표가 똬리를 틀고 있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인기가수의 티켓이 정가보다 31배 높은 680만원에 거래되는가 하면, 약 20만원 짜리 콘서트티켓이 800만원에 팔렸다고 한다. 인터넷 티켓 거래 사이트나 중고거래 앱에는 티켓판매 글이 많이 올라와 있다. 기업형 판매도 늘고 있다고 들린다. 이렇게 암표상이 판을 치는데 단속은 신고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암표상들은 매크로를 활용해 1초도 안 돼 좋은 자리를 선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몇 만원이면 암표 예매용 매크로 프로그램을 다운받을 수 있어 암표상을 유혹하고 있다. 암표를 근절하려면 암표상과 매크로 프로그램 개발자를 동시에 일망타진해야 한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추적, 차단할 수 있는 보다 과학적인 수사기법이 요구된다. 소비자들 또한 건전한 관람환경 조성을 위해 암표는 절대 구매하지 않아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