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기능식품 대격변 속 금산의 고뇌
1위 내준 인삼 가공품…지역경제 '빨간불'

지난 2025금산세계인삼축제장 인삼제품 교역장, 다양한 인삼가공제품이 선을 보였다. 사진=이상문 기자
지난 2025금산세계인삼축제장 인삼제품 교역장, 다양한 인삼가공제품이 선을 보였다. 사진=이상문 기자

[충청투데이 이상문 기자]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왕좌를 인삼 가공제품이 처음으로 내줬다. 프로바이오틱스, 비타민, 오메가3 등 대체 건강기능식품의 다양화에 밀려 2024년 생산실적 통계에서 인삼 가공제품이 1위 자리를 빼앗긴 것이다. 인삼업계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국내 수삼 유통의 70% 이상을 담당해 온 '인삼의 고장' 금산군은 지역경제와 인삼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사활을 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과거 중장년층 중심의 소비에서 벗어나 전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가공제품 개발과 인삼의 '식재료화' 변신을 꾀하고 있지만, 국내 시장 침체는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인삼 소비는 과거 수삼 중심에서 홍삼 및 가공 인삼류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되며, 2023년 전체 인삼 소비량 중 홍삼 및 가공 인삼류 형태가 81.6%를 차지하고 이 중 홍삼 가공제품이 65.5%의 비중을 점했다.

결국 국내 수삼과 가공제품 소비 침체로 고통받는 금산군으로서는, 이 같은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시장 개척에 눈을 돌리는 것이 필연적인 선택이 되었다.

 

◆금산군, 박범인 군수 주도 '인삼 세계화' 3대 전략 가동

박범인 금산군수는 민선 8기 취임과 함께 침체된 금산인삼약초산업의 부흥을 위해 ▲국제교류 다각화 ▲새로운 판로 개척 ▲군정의 명품화라는 세 가지 핵심 전략을 제시했다. 사실상 국내 시장의 한계를 인정하고 세계 시장을 향해 뻗어 나가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이를 위해 금산군은 부군수를 단장으로 하는 실무 협업 체계를 구축하며 '인삼 세계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금산군청 미래전략과는 세계화 정책 업무를 총괄하고, 인삼약초과와 인삼약초진흥원은 인삼 수출 및 인삼세계농업유산 위상 제고에 집중한다. 관광문화체육과와 금산문화관광축제재단은 금산세계인삼축제를 중심으로 글로벌 홍보와 브랜딩을 담당하며 국제 인지도를 확산시키는 입체적인 전략을 구사 중이다.

이러한 전면적인 정책 전환에 대해 당장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일부 업계의 우려 섞인 시선도 존재한다. 하지만 축소되는 국내 인삼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장기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한 인삼 세계화가 유일한 돌파구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수삼의 국내 유통은 한계점에 이르고 있다. 사진=이상문 기자
수삼의 국내 유통은 한계점에 이르고 있다. 사진=이상문 기자
박범인 금산군수가 최근 미국 동서부 동시공략 인삼제품 유통망 구축을 위한 미국 방문에서 금산인삼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금산군
박범인 금산군수가 최근 미국 동서부 동시공략 인삼제품 유통망 구축을 위한 미국 방문에서 금산인삼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금산군

◆중화권 넘어 미주·유럽 공략... 'K-인삼' 실질적 성과

금산군은 '금산 인삼수도 선포', '인삼의 날' 제정 등 꾸준한 노력 끝에 최근 중화권을 벗어난 미주, 유럽, 아랍권 등 다양한 지역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뉴욕 플러싱과 로슬린에 금산 브랜드 홍보관을 운영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미주한인회총연합회와의 MOU 체결, 뉴욕퀸즈한인회와의 협력, 미국 프리미엄 마트에 '금산 K-인삼 농수산물 홍보관' 오픈 등 미주 지역에서 인삼을 활용한 협력 사업을 다각화하는 중이다.

유럽에서는 국제교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관내 기업과 유럽권 업체 간 수출계약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인삼·홍삼류 제품이 면역력 강화 등에 효과가 있다는 서양인의 인식이 증가하며 시장이 확대되는 추세에 적극 대응하는 것이다. 또한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에서도 KBS JAPAN과의 MOU, 베트남 박닌성 및 칸호아성과의 우호 교류 협약 등을 체결하며 시장 교두보를 다지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브랜딩 성과도 눈에 띈다. 지난 9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개최된 2025 세계축제협회 연차총회에서 금산세계인삼축제는 금상 3개, 은상 1개 등 총 6개의 상을 획득하며 한국이 종합 2위를 차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는 '금산인삼'의 브랜드 가치를 국제적으로 높이는 중요한 성과다.

최근에는 LA 한인축제 K-GINSENG DAY 기념행사에 참여해 미국시장 확대 가능성을 확인하고, 효과적인 금산인삼의 수출을 위한 민관 통합관리시그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 'K-POP 신화'처럼... 지속 가능한 세계화가 성공의 열쇠

초창기 'K-POP'이 세계 무대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많았지만, 지금은 당당히 글로벌 문화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했다. 금산군의 인삼 세계화 전략 역시 이와 궤를 같이 한다. 당장 눈에 보이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있지만, 국내 시장 침체를 근본적으로 돌파하고 인삼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끈기 있는 인삼 세계화 전략 추진이 성공의 관건이다. 금산군의 이러한 노력이 장기적으로 금산인삼 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한국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 'K-인삼'의 새로운 신화를 써 내려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상문 기자 wing7535@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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