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끝별(1964~ )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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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몸 밖에 달렸더라면
네 마음을 더 잘 보았을 텐데


뿔이
눈 아래에 돋았더라면
네가 덜 아프게 찔렸을 텐데
그 뿔에
손이라도 있었더라면
네 상처를 더 어루만졌을 텐데

 

아니, 생각이
나보다 먼저 잠들기만 했어도
너와 더 오래 한집에 머물렀을 텐데

그 집에
바퀴라도 달렸더라면
가출하지 않고도 달아났을 텐데

그러니까 사랑을
볼 수만 있었더라도
서로를 안을 때 그리 파고들지 않았을 텐데

그랬더라면, 우리도 없었겠지?

우리는 너와 나의 불협화음으로 노래하는 존재인지 모른다. 하모니란 바로 그런 것인지도 모를 일. 사랑이란 것도 다 그럴 것이란 생각이 드는데. 그때 좀더 헤아렸었더라면, 하고 후회를 하는 순간 너는 내 안의 상처로 남아 있다. 하여 이제 알 것 같으니. 그래서 우리들 심장은 몸속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하는 것이다. 뿔은 눈과 가장 먼 곳에 자라나는 것이다. 그래서 엉덩이에 뿔이 난 송아지를 발로 냅다 차버리는 것이다. 뿔에는 그 뿔이 낸 상처를 어루만질 손이 없는 것이니. 어쩌면 그 부조화의 조화 속에 우리 생이 이어지는 게 아닌가.

그랬더라면, 우리도 없었겠지? 원래 길에만 길 아닌 게 있는 법이다. 존재하면서도 그 존재의 모순을 인식하는 순간. 우리는 사랑을 볼 수 없으니. 서로를 찌르는 가시를 세운 채로 안으며. 안으로만 더 깊이 파고 들어가는 것이다. 하, 집에 바퀴가 달려있었다면 가출하지 않고도 달아났을 것이라고? 이 얼마나 기발한 생각인가.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느니. 생각이 너무 많아서 나보다 먼저 잠들지 못한 게 아니었던가. 그렇게 우리 눈먼 사랑을 볼 수 없기에 서로를 안으려 안으로만 파고드는 것이다.

김완하(시인·시와정신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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