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화 대전을지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가을은 운동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저마다 운동복을 꺼내 들지만, 막상 시작 전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내 몸의 준비 상태’다. 운동을 건강하게 오래 하기 위해서는 장비보다 몸의 지표를 먼저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기본 수치는 혈압, 혈당, 체질량지수(BMI), 그리고 콜레스테롤이다. 정상 혈압은 120/80㎜Hg 정도다. 젊은 층은 혈압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지만, 최근 20~30대에서도 고혈압 전단계가 꾸준히 늘고 있다. 눈에 띄는 증상이 없어 방치하기 쉬우나, 고혈압은 향후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족력이 있거나 음주·흡연 습관이 있다면 주기적으로 혈압을 재보는 것이 좋다. 반대로 혈압이 너무 낮을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저혈압은 뇌와 심장에 혈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어지럼이나 실신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혈당 역시 마찬가지다. 공복 혈당이 100㎎/dL 미만이면 정상 범주지만, 당화혈색소(HbA1c) 수치가 높게 나온다면 주의해야 한다. 당화혈색소는 최근 2~3개월간의 평균 혈당을 보여주는 지표로, 5.7% 이상이면 당뇨 전 단계로 본다. 혈당이 높을수록 합병증 위험도 커진다. 연구에 따르면 당화혈색소를 1% 낮추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발생률이 10% 이상 줄어든다. 평소 단순당과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비만 관리도 빠질 수 없다. 체질량지수(BMI)는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25 이상이면 비만으로 분류한다. 복부비만 여부는 허리둘레로 확인할 수 있는데, 남성은 90㎝ 이상, 여성은 85㎝ 이상이면 위험 신호다. 비만은 단순히 체형 문제가 아니라 고혈압, 당뇨병, 지방간 등 다양한 질환의 출발점이 된다.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한계가 있다면 전문의 상담을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콜레스테롤을 빼놓을 수 없다. 콜레스테롤은 세포막을 구성하는 필수 성분이지만, 과도하면 혈관 벽에 쌓여 동맥경화를 일으킨다. 좋은 콜레스테롤은 40~60㎎/dL이 이상적이며, 나쁜 콜레스테롤은 130㎎/dL 이하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당뇨나 심혈관 질환이 있다면 이보다 더 낮은 수치로 관리해야 한다. 약물 치료 중인 경우, 증상이 좋아졌다고 임의로 중단하지 말고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운동은 약이지만, 때로는 ‘과용’이 독이 되기도 한다. 자신의 몸 상태를 객관적으로 알고 그에 맞는 운동 강도와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