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 건양사이버대학교 총장

웃음 한 번, 감탄 한 번, 그리고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데 1분도 채 걸리지 않는 숏폼. 달콤하고 손이 자꾸만 간다. 숏폼은 뇌를 순간적으로 즐겁게 하는 디지털 간식과도 같다. 출근길 지하철에서도, 잠들기 전 침대 위에서도 사람들은 무심코 스크롤을 멈추지 않는다. 어느새 숏폼은 하나의 유행을 넘어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문제는 간식이 밥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강렬한 자극에 길들여진 뇌는 점점 더 큰 자극만 원하게 된다. 작은 즐거움에는 무감각해지고, 긴 글을 차분히 읽는 힘은 줄어들었다. 이른바 ‘팝콘 브레인’ 현상이 나타난다. 우리는 숏폼을 소비한다고 믿지만, 사실은 이 디지털 간식이 우리의 뇌를 조금씩 소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제 학습의 현장도 달라졌다. 팬데믹을 거치며 원격교육과 사이버학습은 일상이 되었고, 온라인 강의와 디지털 콘텐츠는 교실을 대체하고 있다. 책과 신문이 중심이던 시대가 있었듯, 이제는 영상과 디지털 플랫폼이 우리의 언어가 된 시대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대가 요구하는 문해력은 단순히 책을 읽는 능력이 아니라, 새로운 차원의 문해력이다. 그것을 통합 문해력이라 부르고 싶다.

통합 문해력은 원격교육시대의 핵심 역량이다. 온라인 학습은 글과 영상, 토론과 퀴즈가 뒤섞여 있다. 텍스트를 이해하는 힘은 기본이고, 영상 속 이미지와 편집, 배경음악과 자막에 담긴 메시지를 읽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또한 플랫폼과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 댓글과 공유, 밈을 통해 의미를 확장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이 각각은 작은 조각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합쳐질 때는 훨씬 큰 힘을 발휘한다. "부분의 합은 전체보다 크다"는 말처럼, 통합 문해력은 간식으로만 소비되던 디지털 문화를 지혜의 밥상으로 전환하는 힘이다.

원격교육시대는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결국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막연한 위기의식이 아니라, 디지털 간식을 지혜의 밥상으로 바꾸는 적극적 전환이다. 숏폼을 비롯한 디지털 간식 같은 콘텐츠 속에서도 지혜를 건져내는 힘, 텍스트·영상·플랫폼을 아우르는 힘. 바로 그것이 원격교육시대에 요구되는 통합 문해력이다.

짧은 자극을 깊은 학습으로 이어가고, 소비의 습관을 성장의 경험으로 바꾸는 것. 그것이 오늘 우리가 준비해야 할 새로운 문해력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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