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천 대전·세종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대전·세종 지역의 수출기업들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도 기술력과 혁신을 바탕으로 꾸준히 성장해 왔다.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매김한 우리 기업들은 세계 무대에서 존재감을 키우며 국가 경제 발전에도 큰 역할을 해왔다. 코로나 등의 위기의 순간도 있었지만, 정부와 기업, 지역 사회가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하면서 다시금 수출 활력을 회복했다. 하지만 이제는 또 다른 거대한 파도가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다. 바로 미국의 관세 조치다.
최근 미관세 조치는 우리 지역 중소기업들에게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과 달리 가격 협상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바이어와의 협상 과정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어 피해 체감도가 더욱 크다.
지난 8월 중기부·중진공·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대미 수출 중소기업 609개사 조사에 따르면, 전체 기업의 63.1%가 ‘미관세가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바이어의 가격 인하 요구(47.8%) △수출계약 감소·지연·취소(40.7%) △국내 계약 차질(14.3%) 등 실제 경영 피해가 확인됐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중기부는 ‘관세 대응 애로신고센터’를 운영하고 관세청과 협업 체계를 가동했으며, ‘미관세 설명·상담회’를 공동으로 열어 기업들이 필요한 정보를 제때 얻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4월 ‘수출 바로 프로그램’으로 관세 대응 패키지를 도입하고, 국제 운송 지원 한도도 두 배로 확대했다. 이와 함께 긴급자금, 특례보증, 경영안정자금·보증 등 금융 지원을 병행하여 기업들의 부담을 덜고자 했다.
그럼에도 현장의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판로 축소로 앞길이 막막하다고 호소하고 있으며, 우리 청 역시 이들의 절박한 상황을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이에 우리 청은 정책이 제도에 머물지 않고 실제 기업들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유관기관, 공익 관세사와 함께 직접 기업을 찾아가 현장에서 관세 상담, 맞춤형 지원사업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같은 조사(609개사)를 통해 확인된 바에 따르면, 기업들의 정책 수요는 △물류 지원(73.2%) △정책자금 지원(38.8%) △관세 정보 제공(23.5%) △수출국 다변화(15.9%) △미국 마케팅 지원(13.8%)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수요에 맞춰 중기부는 ‘K-수출물류바우처 프로그램’(가칭) 신설, 화장품 전용 물류센터 2개소 구축, 수출 중소기업 정책자금 우량기업 기준 완화 등 추가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대응과 더불어 주목할 점은, 스스로 새로운 경쟁력을 키워가기 위해서 일부는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며 리스크를 분산하고, 또 다른 기업들은 그동안 도전하지 않았던 유럽과 중동 등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생존을 넘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지혜와 용기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대전·세종 지역의 기업들은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며 대한민국 수출의 한 축을 든든히 지켜왔다. 코로나 위기 또한 지역 기업과 정부가 함께 힘을 모아 슬기롭게 이겨냈듯, 이번 트럼프 관세 문제 역시 반드시 극복해 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