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열 더젠병원 원장
최근 한국의 고령화 사회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정형외과적인 여러 치료 기준들도 그에 맞춰 변하고 있다. 그중 무릎 퇴행성 관절염의 치료도 마찬가지다. 기존에 통상적으로 권고되던 ‘무릎 인공관절은 65세 이상’이라는 문구도 이제 환자의 상황에 맞게 변하고 있다.
기본적인 무릎 관절염의 단계는 X-ray를 통해 알 수 있다. 이는 I 단계부터 IV 단계까지 나누며 그중 인공관절치료 고려 대상은 III, IV 단계이다. 무릎 관절간격이 두드러지게 좁아지며 골극이 크고 여러 부위에 존재할 때는 III 단계, 관절간격이 없어져 대퇴골, 경골 두 뼈가 서로 부딪칠 때 IV 단계로 분류하게 된다.
여러 가이드라인에서 65세 이전에는 IV 단계, 65세 이후에는 III, IV 단계 때 인공관절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고 권고하고 있다.
인공관절이 필요한 분들에게 수술 이야기를 꺼내면 대부분의 반응이 ‘주변에서 최대한 안 받는 게 좋다, 수술해도 아프니 최대한 미루라고 이야기했다’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두 번째의 반응은 ‘인공관절 수명이 있다던데..’ 하며 시기에 대한 걱정을 표한다. 이렇게 주변 지인들에게 여러 이야기를 들으며 걱정이 쌓여 가장 좋은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렇다면 관절염 III, IV 단계의 60~80대 환자들에게 도대체 언제가 인공관절 수술의 가장 좋은 시기일까? 가장 중요한 척도는 통증이다. 진통소염제 복용과 주사치료에도 통증 호전이 없어 일상에 스트레스가 있거나 보행 시 절뚝거림이 있다면 인공관절 종착역에 거의 다 온 상황이다. 이런 환자분들을 MRI 촬영해 보면 단순히 연골 마모뿐만 아니라 무릎 주변 인대 및 힘줄의 염증, 대퇴골 부종, 골 변형 등 소위 무릎이 ‘망가지고 있는 상태’가 많다. 이 상태에서 오랜 시간 버티고 버티면 결국 수술 이후에도 ‘아픈 무릎’으로 남겨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인공관절수술이 만능이 아니기에 심한 염증과 늘어난 인대는 수술 이후 완벽히 회복되는 것이 아니다.
이제 한국 여성 평균수명은 80대 후반을 본다. 로봇인공관절과 마취기법의 발전으로 80대 중반까지도 부담 없이 인공관절을 받고 있는 시대이다. 이전과 달리 버티는 게 능사가 아니다. 무릎이 너무 망가지기 전 수술을 받아 2~3주 재활 후 20~30년을 부드러운 무릎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 다 하며 지내는 게 지혜로운 노후라고 생각한다.
수술의 적기를 놓치지 말자.
무릎은 아끼기 위해 있는 게 아니라 걷기 위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