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봄애(1956~ )

▲ gemini AI 제공

나는 끝없이 굴러온 돌
지금 노을빛 바닷가에 섰다

짠 눈물에 씻기고 닳아
희망의 손길에 이끌려다니다
허공으로 흩어진 모래알의 나날

그대 햇살로 다가와 토닥이고
파도 결을 따라 숨을 고르면
젖은 어깨도 서서히 말라갔다

출렁임 속 스스로 부딪히며
어둠을 익혀 잘 빚어낸 시어
어깨에 출렁이는 파도 한 짐 지면
내 안으로도 바다가 활짝 열린다

둥글다는 것은
오래 참고 견뎌낸 모서리다


생이 두렵고 가파른 사람은 저 동해나 남해 바닷가로 가보세요. 그곳에 누워있는 돌들은 모두 동글동글 몽돌이지요. 둥근 돌 하나 손안에 쥐어보세요. 포근히 안기는 그 돌과 따뜻한 눈빛 나누며 그윽하게 눈 맞춰 보세요. 그리고 돌을 귀에 대고 돌 속으로 길을 여세요. 돌 속에서는 파도소리만 아니라 돌이 부딪히고 깨지며 내는 소리 들릴 거예요. 파도에 쓸리며 구르다 와그르르 무너지는 해안의 몽돌. 그것은 하나일지라도 단지 하나가 아니지요. 집채만한 바위가 깨지고 부서지고 쓸리며 닳아진 것이니까요.

그러니 때로는 세파와 물길 거스르며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 마세요. 물길에 몸을 내맡긴 채로 그냥 순응해보세요. 물은 절대 순리와 이법을 거스르지 않아요. 한동안 그렇게 물에 안기어 흐르다 보면 어느새 포구에 닿아 새로운 길 떠날 수 있어요. 그러니 몰라서 못 하는 게 아니지요. 또 안다고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구요. 우리 모두 자기 마음 하나 다스리지 못해 혼돈에 쌓이고 파도에 휘말리지요. 그러니 몽들을 보고 배워야 해요. 그들은 모두 이 세상 풍파를 넘어선 승자이지요. 마침내 득도한 자의 평온한 그 모습이지요.

- 김완하(시인·시와정신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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