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 국회의원

올해는 광복 80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과거의 그림자 속에서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의 과거사 왜곡과 역사적 책임 회피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피해자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경제 협력이라는 미명 아래 굴욕적 양보를 거듭했다.

이는 결코 자주 외교가 아니며, 국가 존엄을 스스로 훼손한 반민족적 외교였다.

이제는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미·중 전략 경쟁이 격화되는 복잡한 국제 현실 속에서 국익을 지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일본과 무조건 대립하는 것으로는 미래를 설계할 수 없기에, 정부는 실용 외교라는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실용이 곧 굴욕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 진정한 실용 외교는 원칙 없는 타협이 아니라, 국익을 지키면서도 미래 협력의 토대를 마련하는 전략적 균형이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과거사 문제가 중요하다.

최근 민간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조세이 탄광 매몰자 유해 발굴’은 그 상징적 과제다.

일제 강제 동원으로 끌려가 목숨을 잃은 수많은 조선인 노동자들이 여전히 일본 땅 속에 묻혀 있다.

그들의 유해를 외면하는 것은 역사를 부정하는 일이며, 민족의 자존을 버리는 일이다. 지금까지는 민간 단체와 연구자들의 헌신으로 발굴 작업이 이어져 왔으나, 더 이상 이를 개인적 노력에만 맡겨둘 수 없다. 양국 정부가 공동 조사단을 구성하고, 발굴 예산을 함께 확보하며, 관련 자료를 투명하게 공유해야 한다. 나아가 국제 전문가를 초청해 조사 결과를 공신력 있게 기록으로 남기고, 피해자 후손과 국민에게 그 진실을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야말로 인도주의와 역사 정의를 동시에 세우는 최소한의 국가적 책무이다. 민간의 작은 발걸음을 양국 정부의 공동 과제로 발전시킬 때, 우리는 비로소 굴욕이 아닌 당당한 실용 외교를 완성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남긴 굴욕 외교의 잔재를 청산하고, 이재명 정부가 실용과 정의를 함께 세워나갈 때, 한-일 관계는 진정한 ‘미래지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제 우리는 과거의 아픔을 직시하면서도, 당당히 미래를 열어갈 준비를 해야 한다. 그것이 광복 80년의 정신을 계승하는 길이자, 후대에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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