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철 더젠병원 관절센터 원장
어깨 통증은 단순한 근육통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 뒤에 심각한 질환이 숨어 있을 수 있다. 많은 분들이 경험하는 ‘옷을 입다가 팔이 뒤로 잘 안 넘어간다’, ‘머리 위로 팔을 들어 올리면 날카로운 통증이 온다’, ‘밤에 자다가 어깨가 욱신거려 뒤척이다 깨는 경우가 잦다’와 같은 증상은 흔히 회전근개 파열에서 비롯된다. 회전근개는 어깨를 감싸고 있는 네 개의 힘줄, 즉 극상근·극하근·소원근·견갑하근의 힘줄로 이루어져 있으며, 팔을 들고 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힘줄이 나이가 들면서 약해지거나, 갑작스러운 외상이나 반복적인 사용으로 작은 손상이 생기고, 점차 파열로 진행하게 된다.
문제는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단순히 ‘어깨가 조금 뻐근하다’, ‘운동을 해서 뭉친 것 같다’ 정도로 넘기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많은 경우에 초기엔 증상이 명확하지 않고 무증상인 경우도 있다. 그러나 파열이 진행되면 단순한 근육통과는 달리 일상생활이 불편해진다. 이를테면 양치질을 하려고 팔을 올리거나, 선반 위 물건을 꺼낼 때 통증이 갑자기 심해지고, 팔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아 물건을 자주 떨어뜨리기도 한다. 무엇보다 밤에 누워 있을 때 통증이 심해지는 ‘야간 통증’은 환자들에게 큰 고통을 준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면 피로가 쌓이고, 삶의 질 전반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많은 분들이 회전근개 파열을 ‘오십견’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두 질환 모두 어깨 통증을 일으키지만, 오십견은 관절이 굳어 어깨 전반의 움직임이 제한되는 반면, 회전근개 파열은 특정 각도에서만 통증이 심하고 수동적으로 팔을 들어주면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단순히 나이가 들어 생기는 증상이라고 단정하지 말고,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는 파열의 정도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초기에는 휴식, 소염제 복용, 물리치료, 주사치료로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파열이 점차 커지면 보존적 치료만으로는 회복이 어렵다. 특히 50~60대 이후에는 힘줄의 회복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파열이 심하거나 통증이 지속되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수술적 치료의 경우 관절경을 이용하여 힘줄을 봉합하는 방법을 많이 사용하며, 봉합이 어려운 상태로 진행하는 경우 최근에는 힘줄 이전술로 치료하는 경우도 있다. 수술 후에도 재활 운동을 통해 어깨 근육을 강화하고 관절 운동 범위를 회복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기 진단과 관리다. 작은 파열이라 하더라도 방치하면 점점 커지고, 결국 어깨의 기능을 잃을 수 있다. 반대로, 초기에 발견해 적절히 치료하면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훨씬 빠르고 후유증도 최소화할 수 있다. 일상 속에서 반복되는 어깨 통증을 단순한 피로나 근육통으로 여기지 말고, 일상적인 동작에서 불편이 반복된다면 반드시 전문의 진료를 받아보시기를 권한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팔을 들고, 머리를 감고, 옷을 입는 사소한 동작이 더 이상 자연스럽지 않다면, 어깨 회전근개가 보내는 경고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