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일 충북과학기술혁신원 경영본부장

지금으로부터 7년 전 가을, 서울서 기업 하는 대표가 회의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도착했다. 포항 방사광가속기에서 입자실험이 늦어지는 바람에 늦었다고 하소연 겸 넋두리를 했다.

인근 중국은 4개, 일본도 11개씩 운영하는데 우리는 포항1곳에서 이 장비를 운영하고 있어, 이 시설을 이용하려면 1년 전에 예약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한 기업인의 넋두리 같지만, 충청북도에서는 이와 관련된 자료를 미리 수집하고 연구용역 자료를 만들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건의하게 됐다.

방사광가속기란 태양 빛의 100경배 밝은 빛을 이용해 작디작은 분자, 원자 수준의 모습을 보여주는 힘을 가진 ‘빛 공장’ 연구장비다. 그 적용과 활용범위는 상상 이상이다. 구축에 1조원에 달하는 비용이 든다.

2019년 일본이 수출 규제 품목으로 지정한 반도체 관련 소재인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일본은 방사광가속기에서 나온 EUV로 포토레지스트의 성능을 지속해서 개선하면서 세계적인 기술 경쟁력을 확보했다. 타미플루와 함께 제약산업 게임체인저로 떠올랐던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도 방사광을 이용한 단백질 구조 분석 덕분에 가능했다. 활용분야는 바이오 의료산업, 반도체·전자산업, 에너지산업, 첨단기계·부품산업, 기초과학으로 분류할 수 있다. 충북은 태양광 셀 생산량 73%, 모듈 생산량 63%, 이차전지 기업체 생산량이 전국 1위다. 방사광가속기만 구축된다면 충북 경제에 날개를 달아 주는 격이 된다.

‘많은 사람의 꿈과 염원은 곳 현실이 된다’는 격언 같이 2020년 5월 드디어 충북 오창읍 후기리가 방사광가속기 유치 경쟁에서 최종 선정됐다. 이 지역 지질도가 단단한 흑운모 편마암으로 지진에 강한 것이 다른 지역 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경부고속도로 옥산JC, 중부고속도로 오창JC, KTX 오송역, 청주국제공항 등이 30분 이내 거리라는 점도 장점이라 하겠다.

이는 충북뿐만 아니라 수도권 내 기업들도 원거리 포항보다는 오창이 지리적으로 가까워 혜택을 볼 수 있다. 이를 지원키 위해 ‘대형가속기 구축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올 3월 1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대형가속기 분야의 진흥을 위한 추진체계와 기반·역량 강화, 안정적 부지확보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것 이다.

방사광가속기의 빠른 구축을 위해 충청북도와 충북과학기술혁신원에서는 활용분야 연구개발 지원, 방사광가속기 산학연 협의회 운영, 교육 등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2029년 완공 이후에 세계 최고 연구단지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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