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상 前 청주시 흥덕구청장
흔히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한자성어를 자주 쓴다. ‘권세는 십년을 넘지 못하여 오랜 기간 지속되지 못하고 아름다운 꽃은 열흘을 가지 못 한다’는 뜻으로 아름다움이나 권력은 일시적인 것으로 심취하지도 말고 겸손하고 절제해야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교훈적인 표현으로 임기가 5년 이내인 자치단체장, 의원, 대통령 등에 빗대어 ‘권불오년’이라고 말하고 싶다.
요즈음 TV뉴스를 보면 참으로 부끄럽다. 특검관련 뉴스가 실시간으로 뉴스 첫머리를 장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국민들은 한시도 보기 싫은 장면들이다. 지난 8월 중순에는 서울,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 곳곳에 극한 호우로 물난리를 겪었으나 대부분의 언론이 김건희 여사 구속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다른 매체를 통해 호우피해 뉴스를 접해야 했다. 민초들의 집중호우 피해보다 대통령 부인 구속이 그리도 중요하단 말인가. 언론도 대오각성 해야 할 대목이다. 국민들은 ‘어떻게 하면 민생경제를 살리고 진보, 보수의 두 갈래로 찢어진 민심을 어떻게 통합할 것인지’를 최우선으로 바라고 있다.
또 최근에는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윤미향 전 의원 등의 8·15 광복절 특별사면을 두고 원성이 높다. 한때 공정과 상식을 위선으로 뒤덮어 국민적 공분을 샀던 저명인사로 최고법원에서 징역형을 확정하여 복역 중인 분들을 정권이 바뀌었다고 무더기로 사면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사면이라면 아예 교도소를 싹 비우고 다시 시작하자는 국민들도 많다. 이러하듯 우리사회는 정상인이 이상할 정도로 비정상으로 변모하고 있다. 하루빨리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우리나라 역대대통령은 현직대통령을 포함해 14명이다. 이중 8명이 하야, 피살, 자살, 탄핵과 구속 등 마지막 무렵이 비극적으로 끝났다. 이제는 대통령 관련 흑역사를 그만 썼으면 한다. 그러나 아직은 희망적이지 못하다. 이는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 강대 여당국회와 더불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여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새로 선출된 여당대표는 "제1야당과는 악수하지 않겠다"며 야당지도부와 만나지 않았다하니 참으로 한심한 집단들이다. 만약에 앞으로 2년여 후 정치상황이 여소야대로 뒤바뀐다면 또 똑같은 전철을 밟을 것 같아 걱정이 태산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대통령 관련 흑역사는 수십 년간 어렵게 쌓아올린 위대한 대한민국 국격을 떨어트리는 참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라 했다. 정치인 모두가 ‘권불오년’임을 명심하여, 창피하고 참담한 대통령 흑역사를 반면교사로 삼아, 각성하고 또 혁신하여 성공한 지도자로 거듭나기를 소망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