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2년여간 개물림 피해 등 3271건
지자체 인력·전문성 부족 포획 어려움

소방대원들이 유기견을 포획하고 있다. 충남소방본부 제공
소방대원들이 유기견을 포획하고 있다. 충남소방본부 제공

[충청투데이 권혁조 기자] #. 충남 아산에 거주하는 A 씨는 야간 운전 중 화장실이 급해 한 국도에 위치한 휴게소에 들렀다. A 씨가 화장실에서 나오는데 인근에서 짖는 소리를 내며 들개 4마리가 A 씨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고, 놀란 그는 재빨리 차에 탑승했다. A 씨는 “겨우 차에 타니까 들개들이 한동안 차 주위를 맴돌다가 돌아갔다. 차에 타지 못했으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생각만 해도 오싹하다”고 말했다.

도내 곳곳에서 ‘들개’ 공포심이 커지고 있다.

유기·유실견이 야생화된 들개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가축·농작물에 피해를 입히는 것은 물론 사람도 공격할 수 있지만 개인이 들개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119나 지자체에 신고하는 것 외에는 사실상 방법이 없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개인이 들개에 상해를 입혀 포획하면 동물학대에 해당할 수 있고, 유기·유실견의 주인이 나타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5일 충남도에 따르면 2023년 이후 들개로 인한 도내 피해건수는 인명사고 28건, 농작물 피해 272건, 가축 피해 272건, 기타(발견 신고 등) 2699건 등 총 3271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는 공식적으로 신고된 건수에 불과하고, 유기견이 있는 모든 지역에는 들개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도 관계자의 설명이다.

들개와 유기·유실견을 명확히 구분할 수 없고, 유기견이 장기간 방치되면 먹을 것을 찾아 무리를 지어 다니거나 공격성이 강한 들개로 변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도내 유기동물 처리건수 중 가축 종류별로 구분했을 때 개를 처리한 건수는 올해 4705건 중 4118건(87.5%, 8월 20일 기준)으로 유기동물의 대부분은 개로 나타났다.

2023년 8771건(7013건 79.9%), 지난해 9079건(751건, 83.1%)도 개가 유기동물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 중 주인을 찾아 준 반환 건수는 2023년 837건(9.5%), 지난해 835건(9.1%), 올해 454건(9.6%) 등에 불과, 대부분은 주인에 의해 버려진 개들이다.

이러한 유기견이나 들개로 인한 피해가 계속되면서 태안군은 지난해 전국 최초로 들개 포획단 운영을 시작해 지난해 200여마리, 올해 190여 마리의 들개를 포획했다.

그물이나 마취총 등을 통해 포획한 들개는 동물보호센터로 옮겨져 입양자를 찾아 분양하거나 미분양 시에는 1~2개월 후 안락사 절차를 진행한다.

하지만 지자체마다 인적 한계 등에 따라 들개 피해를 막는 데는 어려움이 큰 실정이다.

도 관계자는 “들개 포획반이 없는 지자체는 담당 공무원이 출동해도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들개 대응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며 “동물 유기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혁조 기자 oldbo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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