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연 주다교육경영연구소 대표

학교에 오면 늘 어두운 표정을 짓는 아이가 있었다. 수업 시간에는 꾸벅꾸벅 졸다가, 쉬는 시간에는 친구들의 물건을 빼앗거나 괴롭히는 행동이 반복됐다. 보호자를 불러 상담을 진행한 결과, 한 부모 가정이었고, 아버지와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직장 관계로 일주일에 한 번만 집에 들어오고, 대부분 시간을 할아버지와 지내고 있었다. 문제는 그 할아버지가 아이를 거의 매일 때리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처럼 학대받는 아이들의 심각성을 깨닫고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아동을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 독립적인 권리를 가진 인격체로 인정하며, 국가가 아동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담고 있다. 또한 ‘아동복지법’은 아동의 건전한 육성과 복지를 보장하기 위한 기본법이며, 아동학대의 정의를 명확히 규정한다. 특히 아동학대 행위 금지 및 신고 의무와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설치해 피해 아동을 보호하고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동학대란 무엇인가?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 또는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 즉 아동학대란 단순한 체벌이나 훈육의 차원을 넘어, 아동의 건강·안전·정신적 발달을 저해하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아동은 그 자체로서 존엄한 존재이며, 사회의 미래를 이끌어 갈 귀중한 사람이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서 아동학대는 끊이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4만 8522건으로 전년 대비 5.2% 증가했다. 이 중 학대로 판정된 건은 2만 5739건이며, 정서학대가 1만 1094건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학대 행위자의 85.9%가 부모였으며, 그 비율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부모가 학대 주체인 경우가 가장 많으며, 정서적 학대의 증가가 두드러진다. 반면 학교 등 교육기관에서의 신고 건수는 줄어드는 추세이며, 교직원에 의한 신고는 전체의 3.1%였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훈육과 학대의 경계다. 교사나 부모의 의도가 지도를 위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아동에게는 깊은 상처와 두려움으로 남을 수 있다. 따라서 교육 현장에서는 늘 아이의 존엄을 해치지 않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아동을 존중하는 교육이 실현될 때, 교사의 권위는 두려움이 아닌 존경을 바탕으로 더욱 단단해진다. 아이들이 교사를 존경과 신뢰의 눈으로 바라볼 때, 교육은 비로소 참된 힘을 발휘한다.

아동학대 문제는 단순히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이다.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고, 동시에 교사가 안심하고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교육의 본질을 살리는 길이다.

특히 지나치게 교육을 위축시킬 여지가 있는 아동복지법 등의 관련법을 조속히 개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교육은 아동을 잘 키우는 것을 넘어, 존중하며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아동을 귀히 여기고, 교사의 권위를 신뢰하는 바람직한 교육문화가 정착될 때 비로소 아름다운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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