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수 청주대학교 호텔외식경영학과 교수

호텔 현업에서 한 10년 있었다. 가르치는 게 좋아서 호텔회장의 배려로 박사 공부를 마친 후 대학교수로 재직한 지 30년이 되고 이제 8월에 retire 정년을 맞이하게 됐다.

retire의 어원을 보면, 프랑스어 ‘retirer’에서 유래했으며, 이는 ‘뒤로(re)’와 ‘끌어당기다(tirer)’의 합성어이다. 이 단어는 1530년대부터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초기에는 군사적 의미로 ‘퇴각하다, 철수하다’를 , 개인적 의미로는 ‘사생활을 위해 물러나다’라는 의미로 사용됐다.

영어의 의미로 봐도 비슷한데, 1660년부터 ‘직업에서 은퇴하다’는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1680년대에는 ‘활동에서 철수하다’는 의미로 확장됐다. 1874년부터는 야구에서 ‘타자나 팀을 아웃시키다’라는 스포츠 용어로도 사용하게 됐다.

최근에 대학 연구실을 정리하면서 이 아름다운 캠퍼스 속에 있는 나만의 연구실 공간이 얼마나 고마운 공간이었는지를 새삼 느끼면서 마지막 사진을 찍어 두었다.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 학생들에게 강의하면서 어떤 날은 스스로 내 강의에 만족하면서 보람과 희열을 느낀 적도 꽤 많았다. 기실 가르친다는 것보다는 나도 배우면서 전달하는 입장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전공 지식 이외에도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높게 세우라고 힘주어 강조하면서 나한테 말하는 것이기도 하면서 이 직업에 감사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이제 대학을 떠나면 현직이 아닌 전직 교수에 불과(?) 할 것이고 자칫 무력감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선배들 이야기도 들었지만, 본래 성격이 낙천적인 편이라 실감이 나지는 않다. 누군가 재밌게 표현했던 말, re?tire 즉 철수, 은퇴가 아니라 ‘자동차의 바퀴를 새로 갈아 끼운다’라는 의미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나를 보고 있다.

초고령 시대에 아직도 한세대를 더 살아가야 하는 우리네들을 보면서, 어떤 모습으로 바퀴를 재장착할 것인가 여러 갈래의 진로를 보면서 적당한 고민을 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어떤 새로운 일이든, 놀이든, 취미생활이든, 봉사, 멍 때리기나 휴식이든 뭐든 목적의식을 갖고 열심히 행할 것이다.

명함에 직함이 사라진 자리에 허전함과 동시에 묘한 자유가 깃들기 시작하는 느낌이다. 퇴임은 다른 형태의 시작이라는 말을 실감하면서.

마지막 강의에 한 제자가 쪽지를 건넸다. ‘교수님의 강의도 좋았지만, 적극적으로 삶을 대하는 태도가 인상적이었고 힘이 되었습니다’ 라고. 돌이켜보면 나는 늘 배우면서 전달하는 위치에 있었고, 이에 앞으로도 새로운 분야를 적극 배우면서 또 공유하고 활용하며 살아가려고 한다.

존경하는 어느 인생선배는 나를 아끼는 말투로 그만큼 열심히 살아온 후 이제는 조금 내려놓고 고향 고택 단장하며 유유자적 하라는 말도 늘 마음 한 곳에 깊게 자리매김하며 나는 이제 retire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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