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대전시사회서비스원장

여러분도 떠올리기 싫을 정도로 가슴 아픈 기억이나 장소가 있으신가? 나에게는 대전역 주변이 그런 장소다. 초등학교 시절 어려운 가정 형편에 대동, 삼성동, 신안동, 자양동 일대 스무 곳을 전전했다. 8남매를 받아주는 곳이 없어 부모님은 집을 구할 때마다 자녀 수를 줄여 말했다.

노점상을 하며 생계를 책임지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자식들이 자라는 속도만큼 곱디 고왔던 어머니의 손등은 거칠어졌고, 얼굴 주름은 깊어졌다. 대전역을 지날 때마다, 세월에 덮어두었던 애달픈 감정이 불쑥 솟아오르곤 한다.

필자에게 아픈 공간이 최근 들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의 한켠에는 ‘대전 0시 축제’가 있다. 옛 충남도청에서 대전역까지 이어진 거리의 오래된 건물은 변함없지만 축제가 열리면서 골목 곳곳에 청년들과 관광객으로 젊음과 활력이 넘친다. 밤하늘을 수놓는 음악과 춤, 사람들의 웃음으로 가득 찬다. 국내외 관광객들로 인해 은행동은 유럽의 거리가 된다.

2023년 110만 명, 2024년에는 무려 200만 명이 찾은 대전의 대표 여름 축제인 대전 0시 축제는 관광객이 44%나 될 만큼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든다. 상권은 살아나고 지역경제 파급효과만 4000억 원에 달한다. 어린 시절의 대전역이 가난과 슬픔의 상징이었다면 지금은 사람과 문화, 경제가 만나는 활기찬 무대가 됐다.

이런 변화는 축제뿐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복지 전반에서 느낄 수 있다. 삶의 만족도와 도시브랜드 평판 모두 전국 1위를 달성했고, 혼인율 역시 전국 1위다. 독일 머크(Merck)사의 4300억 원 규모의 바이오프로세싱 생산센터 투자 유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규모로 대전을 글로벌 바이오·과학산업의 중심지로 도약시켰다. 또한 대전의 상장기업 수는 66개로 전국 3위, 시가총액은 61조 원으로 서울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관광에서도 눈부신 성과가 이어졌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 ‘아고다’가 발표한 ‘2025 아시아 최고 가성비 여행지’ 순위에 국내 도시로는 유일하게 포함돼 9위를 차지했다. 도시의 매력과 역동성이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이 변화의 한 축에는 대전시사회서비스원도 있다. 보건복지부 주관 시·도 사회서비스원 경영·업무 평가에서 2년 연속 전국 1위, 최우수 S등급을 달성했다. 과학기술과 시민의 삶을 연결한 스마트 도시 구축과 지역 특성을 반영한 외국인주민 지원 혁신생태계 조성이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또한 대전만의 특화사업 개발과 연구를 통한 정책 반영 등 사회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노력이 뛰어난 경영평가 성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서비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이뤄진 만족도 평가에서 95.2점을 기록, 전국 평균(93.1점)보다 2.1점 높은 점수를 기록하며 2년 연속 이용자에게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불과 50년 전만 해도 대전에는 축제라고 부를 만한 행사조차 없었다. 정월 대보름이면 대동천 주변에서 빈 깡통에 구멍을 내어 휘휘 돌리던 쥐불놀이가 전부였다. 그 작은 불빛으로 밤하늘을 수놓던 곳이 이제는 관광객 200만 명이 찾아와 잠들지 않는 대전의 밤과 꺼지지 않는 재미가 펼쳐지는 무대로 변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말처럼 가슴 아픈 추억이 서린 그곳으로 오늘도 지인들과 발길을 옮긴다. ‘초일류 도시’를 향해 나아가는 대전의 변화처럼 나의 기억도 조금씩 새롭게 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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