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연 대전자생한방병원 병원장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사무직 종사자라면 뒷목이 뻐근하거나 머리가 묵직한 느낌을 경험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고개를 앞으로 내미는 자세, 구부정한 어깨, 오랜 시간 같은 자세로 집중하는 습관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이 같은 자세들은 두통까지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뒷머리에서 시작해 한쪽 머리나 눈 주위까지 퍼지는 통증이 반복된다면 ‘경추성 두통(Cervicogenic Headache)’을 의심해봐야 한다.
경추성 두통은 경추나 그 주변 근육, 인대, 신경 등이 과도한 긴장이나 구조적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차성 두통이다. 대부분 뒷목 통증과 함께 머리 한쪽이 욱신거리거나 조이는 듯한 통증이 나타나며, 고개를 돌리거나 뒤로 젖힐 때 증상이 악화되는 특징이 있다. 밤새 목이 불편해 숙면을 취하지 못하거나, 아침부터 머리가 무겁고 눈이 피로한 느낌도 흔한 증상 중 하나다.
한의학에서는 경추성 두통을 단순한 근골격계의 통증으로만 보지 않는다. 목 부위는 기혈 흐름이 정체되기 쉬운 부위이기 때문에 잘못된 자세, 반복적인 움직임, 스트레스, 외부의 찬 기운 등으로 기혈 순환이 막혀 통증과 염증이 발생한다고 본다. 이러한 상태는 경락의 흐름을 방해하고 어혈이 쌓이며 그로 인해 머리까지 통증이 이어지는 ‘기체(氣滯)’ 또는 ‘혈어(血瘀)’로 인한 두통 양상으로 발전할 수 있다. 특히 목 부위의 풍지(風池), 천주(天柱)와 같은 경혈 부위가 긴장되면 두부(頭部)로 흐르는 기혈의 통로가 원활하지 않아 머리가 무겁고 뻐근한 통증이 나타나기 쉽다.
한의학에서는 경추성 두통을 치료하기 위해 침·약침, 추나요법, 한약 처방 등을 병행하는 한의통합치료를 시행한다. 침 치료는 뒷목과 머리의 경혈을 자극해 뭉친 근육을 이완시키고, 약침은 염증을 가라앉히며 신경 압박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추나치료는 틀어진 경추를 올바르게 교정해 근육과 신경의 긴장을 풀어준다. 환자의 체질과 증상에 따라 진행되는 한약 처방 역시 근본적인 기혈 순환을 개선한다.
전문적인 치료 외 경추성 두통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선 생활 속 자세교정과 자가 관리가 중요하다. 컴퓨터를 사용할 때는 화면을 눈높이에 맞추고, 고개를 앞으로 내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 시간에 한 번씩 자리에서 일어나 목과 어깨 스트레칭을 하는 습관도 필요하다. 특히 흉쇄유돌근이나 견갑거근을 이완시키는 스트레칭 동작은 경추 주변의 혈류를 개선하고 두통 예방에 효과적이다.
경추성 두통은 단순히 머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평소 잘못된 자세에서 비롯된 신체 전반적인 경고 신호일 수 있다. 따라서 반복되는 두통을 가볍게 넘기지 말고, 그 원인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조기 치료와 함께 바른 자세, 생활 습관 개선을 병행한다면 통증은 물론 삶의 질도 눈에 띄게 좋아질 수 있다. 목과 머리는 하나로 연결된 구조임을 기억하고, 오늘부터 내 몸의 균형을 바로잡는 작은 실천을 시작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