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흠 충청남도 도지사
오늘날 행정의 핵심은 데이터라고 단언할 수 있다. 정책을 기획하고, 실행하며, 평가하고, 다시 설계하는 전 과정에서 데이터는 전략 그 자체다. 특히 지방정부는 도민 삶의 최전선에서 데이터를 통해 문제를 정확히 포착하고, 실효성 있는 해법을 설계해야 할 실질적 실행자다.
광역자치단체는 지역 정책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플랫폼이다. 농업 유통의 변화, 산업경제의 흐름, 환경 위기의 징후, 돌봄과 복지 수요, 재난 리스크 등 지역의 다양한 현상을 데이터로 꿰뚫어 보고, 위기 요인을 조기에 감지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방대한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징후를 읽고 큰 흐름을 예측하는 것이 데이터 행정의 핵심인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여전히 데이터는 기관별로 분절돼 있고, 중앙정부와의 연계도 구조적으로 취약하다. 지역 단위에서 반드시 필요로 하는 정보임에도 개인정보 보호나 권한 제한 등의 이유로 접근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책은 현장에서 속도와 정확성을 요구하지만,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지방정부가 제 역할을 다하기 어렵다. 이 같은 구조는 국가 전체의 자원 배분과 정책 효율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충남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충남형 핵심데이터’를 구축해왔다. 통상 2년 이상 소요되는 지역 단위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의 시차를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최신자료 기반의 선제적 산정 모델을 개발했다. 뿐만 아니라 도내 모든 시군의 생활인구를 독자적으로 분석하고, 가명정보 결합을 통해 농가의 소득·경영 실태까지 정밀하게 파악 가능한 ‘통합 데이터 체계’도 구축했다. 아울러 데이터 전담 조직을 격상·정비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해 데이터 기반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왔다. 이러한 일련의 노력은 도민 삶을 바꾸는 정책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중앙정부가 응답할 차례다.
지방정부가 데이터로 지역을 읽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필요한 데이터를 전면 개방하고, 실시간으로 연계하며, 기초단위까지 시계열화된 데이터 공유 체계를 갖춰야 한다. 민감정보의 비식별화 및 가명정보 결합, 주요 통계 및 행정자료의 API 기반 구축 등도 병행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지방정부는 지역 현안에 맞는 맞춤형 정책을 보다 과학적이고 선제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데이터는 공공의 언어이며, 행정 혁신의 도구다. 지방이 책임을 다하려면 중앙은 권한을 나눠야 한다. 서로의 역할이 분명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데이터 생태계를 만들어 갈때, 비로소 국가 행정의 대전환을 열어 갈 수 있다.
충남은 이미 그 길을 걸어가고 있다.
중앙정부의 결단과 협력이 더해진다면, 지방에서 시작된 데이터 혁신은 곧 대한민국 전체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