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사 시험 앞서 조리 재료 사전유출 의혹
SNS 단체방서 특정 메뉴 공지… 실제 출제

병천고등학교 실습동 내 모습. 사진=이재범 기자.
병천고등학교 실습동 내 모습. 사진=이재범 기자.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천안의 한 특성화고등학교 교사가 교내에서 치러진 국가공인자격시험에서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장이 예상된다.

23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충남산업인력공단(이하 공단) 주관의 ‘제3회 조리기능사 및 제과제빵 면제자 검정 실기시험, 제10회 상시 조리기능사 실기시험’이 지난 6월 10일~12일까지 병천고등학교에서 실시됐다.

병천고는 국가공인자격증의 필기시험이나 실기시험을 치를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어 시험장 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이 기간에 치러진 자격증 가운데 조리기능사 자격증이란 음식분야에서 전문적인 능력을 인증하는 자격증이다. 제과, 제빵, 한식, 중식, 일식, 양식 등 기술의 능숙도를 검증받아야 취득할 수 있다. 때문에 시험문제와 재료 보안 관리는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이번 시험에 앞서 조리 재료가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시험 하루 전날 주관기관인 공단 측은 실기 재료를 비공개 포장한 뒤 학교 조리과 실습실 냉장고에 넣고 보안 스티커를 부착했다.

하지만 공단 관계자가 떠난 후 조리과의 한 교사가 보안 스티커를 임의로 떼어내고 시험 재료들을 확인, 다시 보안 스티커를 표시 안 나게 붙여놨다는 것이다.

특히 본보가 입수한 병천고 조리과 교사와 학생들이 참여한 SNS 단체방에는 시험 하루 전날 교사가 특정 메뉴를 공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중식은 △△△ ○○○ 양식은 □□□ ◇◇◇” 등의 식이다. 이 메뉴들은 실제 다음날 과제로 나왔다.

또 다른 단체방에서는 한 학생이 “내일 시험 보는 사람들은 ●●●식빵 만드세요”라는 글을 올린다. 그러자 교사가 “오늘은 OO쌤이 지도 하실꺼야. 내일 시험보는 애들 시험준비하고 오늘까지 기능사 품목 연습바란다”는 글을 바로 남겼다. 해당 메뉴도 다음날 과제로 등장한다.

시험 전에 공개된 과제는 분야별로 수십여 개에 달한다. 실제 한식의 경우 33개, 양식 30개 등이다. 이 가운데 일부 과제가 선택적으로 출제된다. 한식은 2개 메뉴가 랜덤으로 나온다. 까다로운 평가 기준과 높은 난이도 등으로 인해 합격률은 극히 낮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사전에 재료를 파악하면 메뉴를 추정할 수 있다고 한다. 미리 메뉴를 알고 준비한 영향인지 병천고 학생들의 합격률은 높았다.

실제 공단의 ‘10회 실기시험 집행결과’ 자료를 보면 충남의 일식조리기능사 시험은 100%의 합격률을 기록했다. 병천고에서 10명의 학생이 응시했는데 모두 합격한 셈이다. 당시 일식은 전국에서 233명이 같은 시험을 봤는데 합격은 105명으로 합격률은 45.06%에 불과했다.

나머지 종목의 경우도 충남이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충남은 제빵이 65.22%(전국 49.75%), 한식 52.78%(전국 36.22%) 등의 합격률을 보였다.

이러한 부정행위에 대한 내용은 학생들 사이에서 확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산업인력공단 본부에도 관련 민원이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공단 관계자는 “보안 스티커를 뗀다는 것은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스티커가 떼는 방식에 따라 표시가 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행위 주체가 교사라고 하는데 납득이 가질 않는다. 본부로 부정 제보가 들어가서 저희도 감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결과를 기다리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공단은 6월 말 병천고에서 진행할 시험을 보류시키고 원서를 접수받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학교 측 관계자는 “공단으로 민원이 들어갔다는 얘기는 들었다”면서도 학교 자체 조사 실시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