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해

클립아트 코리아 제공.
클립아트 코리아 제공.

내 잎 지고 나면
다른 나무 꽃 피고
다른 나무 꽃 지고 나면
내 나무 싹 돋을 테니

슬퍼 마라 이후를

지금 아름답게 꽃 필 일
지금 아름답게 잎 질 일이다

산벚나무꽃 하얗게 산 뒤덮을 때
얼마나 황홀했던가
저기 저 소나무 이파리는
또 얼마나 향기로운가

이후를 염려 마라

지금 충실히 꽃 필 일
지금 충실히 잎 질 일이다

‘서시’란 시인들이 서문 대신 쓴 시로 자신의 시와 삶을 두루 아우르는 선언적 의미가 담긴다. 그러므로 ‘서시’에는 그 시인의 세계관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 대표적 예로는 윤동주 시인의 ‘서시’인 바 우리 모두 가슴 저리도록 깊이 간직하고 있다. 시인은 우리 삶에서 나와 너의 연계성에 주목하고 있다. 시인은 내 잎이 지고 나면 너의 나무에 꽃이 피고. 너의 나무에 꽃이 지고 나면 내 나무에 싹이 돋는다고 했다. 그러니 봄이 가야 여름이 오고 반드시 여름이 가야만 가을이 와서 열매가 튼실히 맺히는 것이다.

그러니 이후를 슬퍼하거나 염려하지 말라 일렀다. 그리고 지금 충실히 꽃 필 일이며, 지금 충실히 잎 질 일이라 했다. 결국 모든 것은 밀물과 썰물의 이치처럼, 낮과 밤의 순환처럼 바라보고 있다. 그러니 너와 나는 서로가 서로를 강화하는 힘이다. 너의 존재가 있어야 내가 있고, 또 내가 있어야만 네가 살아갈 수 있는 것. 그러니 모든 것은 서로를 위한 상호보완의 존재론적 층위이다. 순간의 완성이 결과를 결정한다는 것. 그러니 꽃 필 때도 충실하게. 그리고 꽃이 질 때도 충실히 꽃 지라는 것이다. 결국 순간에 충실할 때만 결과는 완성되는 것이다.

-김완하(시인·시와정신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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