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백광
가만히 문을 밀면
수백 겹의 기다림이 밀려온다
발효된 기억들이 부풀어 오르고
달콤한 은유가 공기 속으로 스며든다
밀가루의 우주에 밤이 오면
반죽 위에 별들이 은밀히 눈을 뜬다
이스트의 숨결이 살아난 어둠 속에서
효모는 고독의 문장을 새기며 부풀고
오븐이라는 깊은 서가는
열기로써 시의 행간을 덥히고
무수히 익어가는 빵의 활자는
향기로 번지는 생의 서정을 만나
반죽은 정성을 기억하고
오븐은 땀을 빛으로 환원한다
어쩌면 이곳은
전쟁 같은 하루에도
사람이 사람으로 사는 법을
작은 포장지 안에 넣어
조용히 건네주는 곳인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가 돌아가야 할
가장 따뜻한 내면의 온도이자
세상 모든 기다림과 그리움은
마침내 이곳에서 구워져 나온다
이 시는 올해 실시되었던 제43회 전국한밭문학공모전 수상 작품 중에 일반부 운문으로 문체부장관상 수상작이다. 한 편의 시가 갖추어야 할 형상화, 완성도, 깊은 사유, 언어미학 등에서 상당한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시를 읽고 나서 전해져오는 감동은 우리들에게 삶을 긍정하게 한다는 사실이다. 우리에게 전쟁 같은 삶 속에서도 사람다움으로 사는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있어서 반갑다. 세상을 향한 기다림과 그리움이 빵이 구어져 나오듯이 따듯하게 전해져오기에 더없이 기쁘다.
성심당은 대전시의 대표 브랜드 넘버 원이다. 이미 대전을 넘어서 한국의 대표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1년 동안에 천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성심당 앞에 빵을 사려고 줄을 선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것은 어디 빵만을 사고자 하는 것일까. 그들이 구하려는 것은 빵에 담긴 깊은 맛과 멋, 향기와 품격일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 배인 정성과 사랑과 높은 뜻과 예술정신일 것이다. 성심당의 창업주가 새겨놓은 정신은 소중한 가치로 빛난다. 나눔과 봉사, 온유와 맑은 마음을 나는 성심당 대표님의 미소를 통해서 보아 왔다. 그렇다. 이제 성심당은 새로운 문화의 장으로, 나아가 우리 시대의 새로운 정신과 가치로 진화해가고 있다.
- 김완하(시인·시와정신아카데미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