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환 문의구룡예술촌장

아침의 태양이 벌써 붉다. 폭염의 여름, 시기는 장마 기간인 7월이다. 그러나 비가 오지 않는 장마 속 가뭄으로 모두가 비를 기원한다. 지루한 장마가 빨리 끝나기를 바랐던 지난해와 다르게 올해의 여름은 최단기간 장마 일수와 7월의 최고기온을 기록하였다. 점차 변화하는 이상 기후로 여름의 낭만 또한 바뀌었다.

비오는 날의 서정이 그립다. 오랜 기간 비가 오지 않아 감성 또한 메말랐다. 가슴에 젖는 소리가 있다. 빗소리의 감성은 무한하다. 70년대 그 시절 호세 페리치아노의 팝의 노래 ‘비(Rain)’를 듣노라면 비의 감성이 밀려온다. 서정 속 몽환적인 음률이 마음에 닿고 가사 또한 운치가 있다. 장마 속 비의 그리움을 알리듯 간절한 목마름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창에 그리는 기하학적 비의 무늬와 음악의 배경이 마음을 움직인다. 현대와 비교할 수 없는 70년대의 회상이 음악과 조화를 이루어 되돌아 가고픈 심정이다. 음악의 감성은 사색을 넘어 행동까지 이어주는 큰 힘이다. 글과 가사, 작곡으로 이어지는 무한의 표현적 산물은 예술로 통하는 위대한 힘이다.

파노라마 같은 먹구름이 이동하고 비 내리는 여름비를 만났다. 자진모리 같은 낮은 꽹과리 울음으로 내달려 양철 지붕에 떨어지는 여름비는 하나의 연주였다. 비는 바람과 함께 휘몰아쳐 고요히 작은 내림으로 변화를 줄 때 장엄한 연주회가 따로 없다.

창을 때리는 소나기를 바라보면서 감상에 젖는다. 묵언응시(默言凝視)가 따로 없다. 창을 사이에 두고 또 다른 세계가 있어 시공간을 나누는 풍경화 속 마음의 분리이다. 많은 추억은 내면에서 동그라미를 그리며 파문의 연속이 되었다. 비와 음악 사이 그 속에 우리 인간들은 감성을 연주하며 빗줄기에 따라 변주곡(變奏曲)을 리듬하고 노래하였다.

어릴 적 여름비를 흠뻑 맞고 시원해 하던 때가 있었다. 풍요와 문명의 발달로 감성은 메말라가고 보호와 단절로 무뎌지는 현대가 안타깝다. 자연과 접하여 순응하던 때가 현재보다 더 재미있고 값진 세월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때 그 심정으로 오래 묵은 LP 레코드판을 꺼내 듣는 순간이 정화된 자연같은 차분함으로 달려간다.

현대는 쳇GPT와 AI로 통한다. 학습으로 만든 글과 노래가 인간의 감성을 대신하는 세대에 서 있다. 이 즈음에 비가 그리운 올해의 7월에 반가운 선물 같은 비는 생활과 마음의 구원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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