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연 대전자생한방병원 병원장
무더운 여름철 워터파크, 계곡으로 물놀이를 갔다가 젖은 길에서 발생하는 미끄럼 사고로 인해 발목을 접질리는 경우가 많다.
발목 염좌는 발목 관절을 지지하는 인대가 급격히 늘어나거나 찢어지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통증과 부기가 주된 증상이며, 손상 정도에 따라 1도(인대가 늘어난 상태), 2도(부분 파열), 3도(완전 파열)로 구분한다. 초기 대응을 소홀히 하면 인대가 늘어진 채로 굳어 만성적인 관절불안정, 반복적 재염좌, 연골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발목 염좌 초기에는 응급처치 원칙인 ‘RICE(Rest, Ice, Compression, Elevation) 요법’을 시행하는 것이 좋다. 먼저 통증이 심한 경우 안정(Rest)을 위해 목발로 체중 부하를 줄이고, 환부에 얼음주머니를 20분가량 대는 냉찜질(Ice)로 염증을 억제한다. 아울러 신축성 붕대나 테이프를 이용한 압박(Compression)을 해주고, 발목을 심장보다 높은 위치로 올리는 거상(Elevation)을 하면 부기 완화에 효과적이다.
가벼운 1도 염좌라면 이 조치만으로도 통증과 부종이 상당 부분 가라앉지만, 48시간이 지나도 부기·멍이 남거나 통증이 지속되면 전문 진료가 필요하다. RICE 응급처치 이후 불편감이 지속되면 X-ray, 초음파, 자기공명영상촬영기(MRI) 등으로 인대 파열 및 연골 손상 여부를 확인한다.
한의학에서는 발목 염좌를 어혈(瘀血)과 담습(痰濕)이 관절 주위에 머물러 기혈 순환을 막은 상태로 본다. ‘불통즉통(不通則痛), 통즉불통(通則不痛)’이라는 원리에 따라 기혈이 막히면 통증이 생기고, 순환이 원활해지면 통증이 사라진다는 점에 치료의 초점을 맞춘다.
침 치료는 발목 주변과 발등, 종아리의 경혈을 자극해 국소 혈류를 개선하고 염증을 가라앉힌다. 전기 자극을 병행한 전침 요법은 근육 경직을 풀고 붓기 흡수를 촉진해 회복 속도를 높인다. 손상 부위에 소량의 한약 성분을 주입하는 약침 치료는 항염·진통 효과를 극대화하며, 추나요법으로 어긋난 관절 정렬을 바로잡아 재손상을 예방할 수 있다.
예후는 관리에 달려 있다. 1도 염좌는 2주면 일상 복귀가 가능하고, 2도는 4~6주면 통증 없이 걸을 수 있다. 3도라도 3개월 집중 재활을 하면 큰 지장이 없이 일상 복귀가 가능하다. 다만, 염좌 발생 초기에 응급조치 없이 방치하면 인대가 제대로 붙지 않게 되는데, 이 경우 맨바닥에서도 발이 자주 꺾이는 만성 발목불안정성으로 고생할 수 있다.
통증이 가라앉기 시작하는 1~3주차에는 앉거나 누운 상태에서 무릎을 편 뒤 발끝을 몸 쪽으로 당겼다가 멀리 밀어 주는 동작을 10~15회씩 반복하는 방법인 발목 펌프 운동, 발끝으로 알파벳 그리기 같은 간단한 가동 범위 운동을 실시한다. 3주 이후 회복기에는 까치발 걷기, 균형패드 서기, 착지 훈련으로 균형 감각과 근력을 키운다. 격렬한 운동 전에는 의료진과 상의해 발목 안정성을 평가받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