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 충북본사 부국장

지금 관가에서 인사가 한창이다. ‘예상 밖의’ 승진자가 있고, ‘예상을 벗어난’ 탈락자도 있다. 인사 결과를 놓고 인사 대상자 주변에서 모두 하나 같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 능력이 아닌 ‘인사권자에 대한 충성도’다.

승진 누락자에게 붙는 "온 몸을 다 바쳐 충성했는데 배신당했다"는 동정 아닌 동정은 측은지심(惻隱之心)의 국민성 때문인지 이를 듣는 대다수를 수긍하게 한다.

여타 사정 볼 것 없이 승진누락자 입장에 서서 인사권자를 배은망덕(背恩忘德)한 인물로 악마화하는 것에 익숙한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초대 내각 인사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요즘 충북지역에서 이 대통령의 고위직 인선을 놓고 서운해 하는 말이 많다. 현 정부조직은 장관이 수장인 부가 19개다. 또 그 밑에 3처 19청 6위원회가 있다. 이 대통령의 고위직 인사스타일은 현직 국회의원 중용으로 보이는데 국회의원은 고사하고 충북 출신 정부 고위직 내정자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한 명이 없다. 전 정부에서 임명된 장관을 유임시키는 마당에 새 정부 고위직 인사에서 충북 출신을 철저히 배제한 형국이니 충북도민이 서운할 만하다.

이 대통령의 정부 조직 방향은 ‘일하는 정부’다. 당연히 임기 초반부터 성과에 매달려야 하는 이 대통령은 자신이 능력을 인정한 인사들을 각 부처 책임자로 임명해야 하고, 또 임명할 수밖에 없다. 충북 출신이 조각 인사에 포함되지 못한 이유는 자연스럽게 설명된다. 이 대통령의 눈에 든 능력 검증을 거친 이가 없었던 것이다. 작금의 국내외 위기 정도가 ‘좋은 게 좋다’식의 지역 안배 인선으로도 넘길 수 있다면 충북 출신이 배제된 조각 인사에 대한 불만 표출은 당연하다. 하지만 상황이 그리 녹록치가 않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가 갓 한 달이 됐다. ‘대선에서 표를 몰아 준 충북 홀대’라며 이 대통령을 몹쓸 사람으로 매도하기엔 이른 시점이다. 다음에 이뤄질 개각 때 충분히 능력이 검증된 충북 출신 인재들이 외면을 받는다면 선거에서 표로 심판하면 된다. 그것이 합법적으로 이 대통령을 혼낼 회초리 아닌가. 동향(同鄕)이라고 우물 안 개구리 시야로 인물을 과대평가하는 우를 범하면 안 된다.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지금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한 때 국민 우상으로 만든, 그가 2013년 국정감사에서 한 말이다. 이 말에 혹해서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그를 대통령으로 뽑은 결과가 어떠했는지 지난 3년이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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