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원 세종특별자치시 경제부시장
디지털 전환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진행되면서 정부 서비스의 혁신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거브테크(GovTech)다. 거브테크는 정부(Government)와 기술(Technology)의 결합으로 공공 서비스를 보다 효율적이고 편리하게 만드는 공공분야 혁신을 뜻한다.
세계적으로 디지털 정부, 스마트 행정, 공공 혁신 기술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거브테크 산업은 연평균 16.4%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2027년에는 약 1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거브테크 분야의 스타트업이 주목받고 있으며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는 혁신 생태계도 활발히 조성되고 있다.
최근 미국의 거브테크 스타트업인 ‘쿼럼(Quorum)’은 주 정부의 법안, 규제, 정책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분석하여 비즈니스의 신속성을 강화했고 ‘시티베이스(CityBase)’는 세금 납부, 민원 처리 등 복잡한 절차를 디지털화해 시민의 편리성을 크게 높였다. 이처럼 거브테크는 단순한 기술 스타트업이 아닌 정부의 혁신 파트너로서 역할을 한다.
우리 정부도 디지털플랫폼 정부라는 비전 아래, 인공지능(AI)과 데이터를 활용해 공공서비스를 개선하고 행정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 거브테크 스타트업인 ‘코딧’, ‘엘비에스테크’ 등은 공공데이터 분석, 정책 예측, 입법 모니터링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거브테크 기반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이에 발맞춰 대한민국 행정수도 세종시에서도 거브테크 분야를 육성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 중이다. 세종시가 시범운영하고 있는 ‘AI충녕’이 거브테크의 대표적인 사례다. AI충녕은 행사·관광·행정 등 시민이 원하는 다양한 정보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쉽고 빠르게 안내해 주는 서비스이다. 또한 행안부와 협력하여 작년부터 도입한 원스톱 민원처리 시스템도 있다. 원스톱 민원처리 시스템은 주민이 직접 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공무원이 확인 후 처리하는 시스템으로, 도입 후 단순 민원의 30% 이상을 자동 처리하고 있다.
세종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거브테크 허브 도시’로 변모를 앞장서 준비 중이다. 정부기관 47곳과 국책연구기관 16곳이 밀집해 있고, 스마트시티 건설 등 행정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세종시야말로 거브테크 스타트업이 발전할 수 있는 최적지이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오는 18일에는 세종시 공동캠퍼스에서 개최되는 한국행정학회 학술대회에서 ‘거브테크 스타트업 육성정책 포럼’ 특별 세션이 열릴 예정이다. 이 자리는 세종시가 거브테크 생태계에서 주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스타트업 육성 전략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세종형 디지털플랫폼 행정을 구현하기 위해, 앞으로 추진할 공공문제 해결형 스타트업 발굴, 스마트 행정 테스트베드 제공, 중앙부처 연계 협업 확대 등 구체적으로 거브테크 육성에 대한 전략을 검토할 것이다. 또한 9월 중 국내 최대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함께 세종시가 거브테크 창업 도시로 성장하기 위한 컨퍼런스 개최도 계획 중이다.
이를 통해 세종시는 단순한 지원을 넘어, 스타트업이 ‘실패 없이 실험할 수 있는 도시’, ‘정부 혁신의 동반자’로 성장할 수 있는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이러한 노력은 세종시가 디지털 행정 혁신의 중심 도시로 자리 잡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디지털 기술은 행정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이제는 민간의 창의성과 기술력이 공공혁신의 열쇠가 되는 시대다. 세종시는 거브테크 스타트업과 함께 대한민국의 디지털 정부 혁신을 선도하는 허브 도시로 미래를 열어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