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정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협회 대전지부장
한때 ‘노잼 도시’라는 오명을 썼던 대전이 이제는 전국 관광객이 주목하는 핵심 여행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 달 1일~6일 황금연휴 기간 대전의 숙박 예약은 전년 대비 190% 급증해 전국 1위를 기록했고, 연간 방문객 수는 8463만 명을 돌파하며 명실상부한 관광도시로서의 위상을 입증했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교통, 콘텐츠, 정책이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가 절묘하게 맞물린 결과다. 전국 어디에서든 빠르게 접근 가능한 KTX와 고속도로망은 짧은 여행을 선호하는 MZ세대와 가족 단위 관광객을 이끌었고, ‘성심당’을 중심으로 한 빵지순례 코스, 한화이글스와 하나시티즌 팬덤이 만든 스포츠 관광은 대전만의 독특한 매력을 배가시켰다. 1993 대전엑스포의 마스코트 ‘꿈돌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꿈씨 패밀리’ 캐릭터는 관광 마케팅에도 큰 힘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급성장하는 관광 수요에 비해 숙박 인프라는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대규모 행사나 성수기에는 방을 구하지 못해 발길을 돌리는 사례도 잦다. ‘머무는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제 숙박 인프라 확충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 시점에서 대전이 주목해야 할 해법은 바로 공유숙박 활성화다.
현재 대전은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 제도를 운영 중이지만 내국인 이용이 제한돼 활용도가 낮다. 반면 서울과 부산은 정부의 실증특례를 통해 내국인 대상 공유숙박을 연 180일 허용하며 실질적인 수요 대응에 나서고 있다. 대전도 더 이상 이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공유숙박은 단순한 숙소 대안을 넘어선다. 기존 주거 공간을 활용한 현실적인 인프라 확충 수단이자, 지역의 라이프스타일과 환대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 숙박이다. 실거주 요건 기반 운영은 과도한 상업화나 난립 우려도 줄여준다.
물론 공유숙박 확대에는 주거지 침해, 소음, 위생 문제 등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이는 철저한 운영 가이드라인, 실시간 신고 시스템, 지자체 관리 인센티브 등을 통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의 말처럼 지금은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할’ 시기다. 대전시는 공유숙박 관련 실증특례 신청, 전담팀 구성 등의 구체적 실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단순한 수요 대응을 넘어, 지속 가능한 지역 관광 생태계 조성이라는 더 큰 그림을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
공유숙박은 대전 관광의 숨겨진 날개가 될 수 있다. 머무는 도시 대전, 체험하는 도시 대전, 그 도약의 중심에 시민이 함께 만드는 공유숙박이 서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