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희 청주시정연구원장
세종시는 국가균형발전의 상징으로 조성됐지만, 법적·제도적 기반은 여전히 미비하다. 그 결과,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공약들이 오히려 충청권 내부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최근 대선후보들이 내세우는 세종역 신설이나 대통령실 이전 등의 공약 역시 실현 가능성보다 정치적 명분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특히 세종역 신설은 국토부의 기술적 검토 결과, 구조적으로 입지 타당성이 낮다고 평가되었음에도 반복적으로 공약에 포함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논의가 국가 전체의 교통체계는 고려하지 않은 채, 수도권 주민들과 세종 근무 공무원들의 출퇴근 편의를 중심으로 제시됐다는 점이다.
세종시는 헌법상 수도 규정의 부재, 광역 권한 미비, 낮은 재정 자립도 등으로 인해 실질적인 행정수도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세종시를 미국의 워싱턴 D.C.처럼 ‘특별행정구역’으로 격상시키고 독립적인 법적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 이는 수도 이전이라는 정치적 민감성을 회피하면서도, 행정기능의 효율성과 독립성을 제도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다. 세종시의 재정 자립도 제고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중앙정부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는 행정도시로서의 기능 수행은 물론, 도시의 자율적 발전도 어렵다. 특별행정구역 지위 부여와 함께, 국가 사무 수행에 따른 비용 보전과 광역행정 지원을 위한 특별회계 등 제도 개편이 병행돼야 한다.
세종시의 위상을 강화하는 일은 충청권 전체를 하나의 전략 단위로 재구성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세종은 국가행정 중심지, 대전은 과학기술 기반의 혁신도시, 청주는 첨단 바이오와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 신산업의 거점으로 특화함으로써, 수도권 일극 체제를 분산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 마련과, 경쟁이 아닌 상생을 전제로 한 균형발전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청주는 특히 산업 수도로서의 위상을 높일 기회를 맞고 있다. 오송은 바이오산업 및 연구의 중심지로 자리를 잡고 있으며, ‘대한민국 K-바이오 수도’로 육성한다면 수도권 중심의 바이오 생태계 불균형을 해소하면서, ‘한국형 켄달스퀘어’로 재도약하는 기점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국가 차원의 전략적 투자 확대와 규제 특례, 인력양성, 기반 시설 확충 등 다각적 지원이 필요하다. 아울러 청주국제공항의 위상 강화 역시 필수적이다. 현재 청주공항은 중부권 유일의 국제공항임에도 불구하고, 슬롯 부족과 인프라 제약으로 행정도시 관문공항으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청주공항의 수용 능력을 대폭 확충하고, 여유 있는 항공 운항을 위한 ‘제3 민간전용활주로’ 건설도 시급하다. 단순한 교통인프라 확장이 아니라, 세종·청주·대전을 하나의 경제·산업권으로 연결하는 핵심기반이자, 충청 메가시티의 글로벌 접근성을 결정짓는 전략시설이기 때문이다.
결국 세종시를 둘러싼 갈등은 제도 미비와 기능 분담 부재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라 할 수 있다. 이를 해소하려면, 세종시의 위상을 명확히 하고, 충청권 전체를 유기적 생활·산업·행정 권역으로 재편하는 전략이 필수적이다. 세종은 행정, 대전은 과학, 청주는 바이오와 반도체 산업거점으로 육성하고, 국가인프라인 오송역과 청주국제공항을 관문으로서의 지위와 역할이 부여돼야 한다.
이와 더불어 ‘오송은 K-바이오 중심지’, 오창은 국가 방사광가속기 중심의 제2 판교밸리, ‘청주공항은 글로벌 관문’이라는 다핵 형 성장전략이 마련된다면 충청 메가시티가 서울에 대응하는 새로운 국가 성장축이자, 균형발전의 모델로 자리 잡는데 핵심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