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환 문의구룡예술촌장

녹색 문을 열고 맞은 계절의 오월이다. 사월이 꽃 마중이라면 오월은 신록 그 자체이다. 장미는 가시를 세울 시기에 가장 정열적 황홀함을 안긴다. 오월의 꽃 장미와 아카시아, 찔레꽃이 꽃향기를 내품는 청초한 하늘이 우리를 부른다. ‘오월이 오면 엄마 손잡고 들로 가요’라는 시적 표현과 어릴 적 순수한 마음의 봄을 맞았던 시절이 그립다.

누구나 추억을 더듬는 가슴앓이와 세월의 뒤안길을 거슬러 오월이면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다. 슬프거나 기쁘거나 수많은 사연을 담은 인생사는 모래알 같은 드라마 속 기억이다. 푸른 꿈의 청춘과 화양연화 같았던 중년의 시절에서 이제는 제 2의 삶을 누리는 세대로 변모하였다. 그 속에서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이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그립기도 하다. 나이를 먹은 탓일까?

천상병의 시 "오월의 신록"에서는 푸른 것이 눈부시게 아름다워 오늘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아름다운 날들을 슬픔없이 오래 사랑하며 살고 싶다고 하였다. 시인은 오월의 창천(蒼天)처럼 맑고 순수한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을 노래하였다. 신록 앞에 선 삶이 고맙고 살아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위로와 감동을 받는 마음을 그렸다. 자연을 바라보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과 항상 감사하는 나날을 맞고 싶다고 기원하는 마음인 것이다.

중년의 끝에서 무언가 가슴 속에 흐르는 기억 속 여울은 유독 오월이면 내를 이루고 호수를 만들었다. 아담하고 작은 호수의 둘레에는 푸른 신록은 그늘을 만들고 봄바람의 잔물결은 기억의 어울림으로 윤슬로 반짝인다. 호수에 나를 비추며 잔 기억 꺼내고 싶어 물이끼 뒤적이는 시간에 꽃이 방긋 웃음으로 번진다. 그땐 그랬지 하며 순수했던 어린 시절과 첫 자의 경험으로 세상을 알았던 시절을 그린다.

수몰된 내 고향 문의 대청호에서 맞는 오월과 청남대를 찾는 한유로 나를 찾아 나섰다. 역시 찬란(燦爛)한 봄의 기운이 가슴에 찾아들고 실바람은 볼에 닿는다. 메타세콰이어 수림 사이로 바람의 전래를 알리듯 모든 인연들에게 안부를 전하고 싶다. 가슴에 지닌 인연과 소통하며 중년의 가슴에 그리움을 지핀다.

오월은 ‘가정의 달’이며 행복과 기쁨으로 충만한 마음가짐이 앞선다. 감사하고 고맙고 은혜에 대한 마음으로 가족과 함께 기념하며 지인들을 섬기는 계절로 평생 고마움을 압축해 풀어 놓는 달이다. 역동의 계절 오월에 시작과 끝을 생각하며 기쁨에 넘치는 세상을 향해 축복의 노래를 부르자.

‘저 산의 꽃이 바람에 지고 있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는 황금찬 시인의 시구이다. 오월의 계절을 맞이하고 마음껏 누리고 노래하자. 부지불식(不知不識) 간에 지나는 것이 인생과 세월임을 깨닫게 된다. 사계(四季)의 멋과 기쁨을 누린다면 세상이 아름답게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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