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춘희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
‘내게 그런 핑계 대지 마 입장 바꿔 생각을 해봐 네가 지금 나라면 넌 웃을 수 있니’ 얼마 전 손자가 흥얼거리는 노래를 듣다 보니 필자가 좋아하던 김건모의 핑계였다.
최근 리메이크 되어 발매되었다는 소식도 함께 듣게 되었다. 손자와 함께 노래를 듣다 보니 입장 바꿔 생각해 보라는 노랫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입장(立場)’이란 사전상 의미로 당면하고 있는 상황, 한자를 그대로 풀이해 보면 서 있는 장소라는 뜻이다. 서 있는 장소를 바꿔서 생각해 보면 서로의 사정을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음에도 비난받는다는 것은 억울하고 기운이 빠지는 일이다.
대전문화재단은 지난해 12월 지역 예술가들의 안정적인 창작환경 조성 및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창작지원사업인 예술지원사업 정기공모를 시작으로, 1월에는 일상 속 건강한 생활문화 환경 조성을 위한 생활문화공동체지원사업을 운영했고, 안정적 문화예술교육 활동 지원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사업 공모도 시작했다.
2개월에 걸친 심의가 끝나고 최근 지원사업의 결과가 발표됨에 따라 예술인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대부분은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아쉬웠던 부분을 보완하며 내년을 기약하지만, 일부 예술인들은 선정 결과에 따른 아쉬움을 재단에 토로하기도 했다.
재단은 올해 지원사업을 준비하면서 지난해 9월부터 지역 예술 현장을 이해하기 위해 분야별 예술인 공청회와 전문가 초청 간담회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반영해 지원사업 일부 개편 및 행정 절차 간소화 등을 추진했다.
또한 심의위원 후보 공모제와 함께 심의위원 후보 추천위원회 등의 제도를 운영하고, 지역 내·외 인사를 고루 안배한 심의위원회의 구성과 다단계 심의를 통해 예술지원사업 심의의 공정성 제고를 위해 노력했다. 최근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단체들은 해마다 늘어 나는 추세이지만, 장기화된 경기 침체 등으로 문화예술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예술지원사업뿐만 아니라 발달하는 기술을 따라가기 위한 새로운 문화예술 프로그램 개발과 더불어 최근에는 예술인 복지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예산은 줄었지만 해야 할 일들은 늘고 있는 사회적 상황과 구조가 만들어낸 복합적인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부모는 미안했던 것만 사무치고, 자식은 서운했던 것만 사무친다’는 옛말이 있다. 부모 자식 관계는 아니지만, 필자 역시 지역 예술인들을 보다 폭넓게 지원하지 못함에 미안함이 가득하다. 국비 공모 사업 지원 등 여러 방면으로 예산확보를 위해 애쓰고 있지만 쉽지 않고, 때문에 한정된 예산 안에서 많은 수요를 감당하다 보니 언제나 모두가 만족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오게 된다. 우리는 일류문화도시를 완성하기 위해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라 생각한다. 부족하고, 서운한 부분이 있다면 앞으로 함께 채워 갈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지켜봐 주었으면 한다. 대전문화재단 임직원들은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시민들과 예술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