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근 단양군수
노스트라다무스(1503∼1571)는 프랑스의 점술가이자 의사, 예언가였다. 사후에 발간된 예언서 ‘백시선’에서 히틀러의 등장, 나폴레옹 부상, 9·11테러 등 역사적 사건과 일치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예언이 모호하고 상징적이어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도 있지만 특정 사건과 연관지어 생각하면 맞아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예를 들어 ‘두 개의 큰 형제가 전쟁을 일으킨다’(1, 2차 세계대전), ‘철의 새가 불을 뿜으며 두 개의 큰 도시를 불태운다’(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투하), ‘강한 나라에서 시작된 질병이 전 세계를 덮쳐 인류의 절반을 앗아간다’(코로나 펜데믹 또는 미래예측) 등의 예언이다.
‘동양의 노스트라다무스’라고 불리는 격암 남사고(南師古, 1509∼1571)는 조선 중기의 학자이자 예언가로 경북 울진에서 태어났다. 풍수지리는 물론 천문, 지리, 병법, 유학 등에도 뛰어났다. 관직에도 올랐으나 학문과 예언에 집중한 것으로 전해진다.
저서인 격암유록(格庵遺錄)에서 ‘동방의 큰 나라가 침입하여 불시에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 백두산이 피를 흘리고 금강산이 흐려지며 나라가 위기에 처할 것이다’는 부분은 임진왜란, 병자호란, 한국전쟁을 예언했다는 해석도 있고 ‘병란이 일어나 온 세상이 고통받고 약이 있어도 쓰지 못하리라’는 구절은 코로나 펜데믹과 연관되어 해석되기도 한다.
노스트라다무스와 격암 선생은 거의 같은 시기에 살았다. 또 전쟁과 전염병을 경고하는, 시대를 초월한 예언가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노스트라다무스는 ‘인간이 창조한 기계가 세상을 지배하려 하리라’, 격암 선생은 ‘혼이 없는 존재가 인간을 대신하리라’고 하여 오늘날의 기술 발전과 인공지능(AI)을 예견한 것 같아 최근 재조명되고 있다.
격암 선생이 하루는 소백산을 지나면서 산세를 바라보고 ‘소백산의 기운이 강하고 조화로운 힘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곤 말에서 내려 절을 하며 ‘이 산은 사람을 살리는 산이다’고 예언했다. 그래서 소백산은 사람들에게 전란과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곳이라는 믿음을 주게 되었고 정감록에서도 10승지(十勝地)중 첫째 땅으로 꼽았을 정도로 단양을 중심으로 한 소백산 일대가 삼재(三災)가 들지 않는 명당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그의 말처럼 6·25 전쟁시 북에서 내려온 많은 피난민들이 단양을 비롯한 소백산 일대에 정착했다. 격암 선생의 예언을 기억하는 이들도 있었고 정감록에 따라 가장 안전한 곳을 찾아 이 곳을 택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2월 13일자 본보에 필자가 기고한 ‘단양 사투리’ 형성 배경이기도 하다.
격암 선생은 ‘땅이 사람을 만든다’는 관점에서 어떤 지역이 인간에게 안정과 번영을 가져다 주는지 풍수지리를 연구했다. 인간의 운명과 자연환경이 깊이 연결돼 있다고 본 것이다.
기후위기와 자연재해가 빈번해지는 등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현대에도 격암 선생은 단순한 예언을 넘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지혜를 준 것은 아닐까? 오늘날 도시계획과 부동산, 친환경 건축 등의 분야에서도 풍수적 개념이 일부 적용되고 있는 걸 보면 자연이 주는 심리적 편안함과 생명력이 답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에도 소백산은 여전히 사람을 살리는 산이다. 과거 생존과 보호 개념이 강했다면 지금은 치유와 재생의 공간으로 개념이 바뀐 것이다. 스트레스와 환경오염, 도시화로 인해 심신이 지쳐가는 현대인들에게 소백산의 맑은 공기와 물, 아름다운 자연은 치유와 힐링, 안식처가 되기에 충분하다.
최근에는 웰니스 관광과 친환경 라이프 스타일이 주목받으면서 단양과 소백산 일대는 자연 친화적인 힐링 여행지로 더욱 각광받고 있다. 소백산이 품은 우리 단양군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곳’으로 자리매김하도록 군민과 함께 정성을 다할 것을 다짐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