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교진 세종시교육감
역사적인 인물을 기억하고,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분을 돌아보고, 사회적 파장이 컸던 일을 자주 살피는 편이다. 해당 날짜가 되면 단상을 SNS에 남긴다. 살아온 이력과 남긴 가치를 잊지 말자는 취지다.
지난 2월 8일은 일제의 심장부에서 유학생들이 독립선언을 한 지 106주년이 된 날이었다. 암울한 시대에 청년 정신은 실낱같은 희망이었고 그들의 활동은 역사로 남았다. 100여 년 전을 돌아보면서 요즘 청년들이 보여주는 시대정신을 생각해 봤다.
13일은 김남주 시인이 세상을 떠난 지 31주년이 된 날이다. 유신독재에 저항하고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시를 써서 시대를 대변한 그를 생각하면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언어를 되돌아봤다.
그날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년 10개월여 만에 4.16생명안전공원 착공식이 이뤄졌다. 10년이 넘도록 안전한 나라를 만들자고 외쳤던 목소리가 마침내 생명안전공원의 첫 삽으로 이어진 것이다.
15일은 평생을 민주주의 운동에 매진한 백기완 선생의 4주기였다. 사자후 같은 선생의 외침과 노구를 이끌고 투쟁 현장에 나오던 모습은 실천하는 행동의 중요성을 성찰하게 된다.
16일은 분단시대의 망명객으로 불린 통일운동가 정경모 선생의 기일이었다. 또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다짐한 시인 윤동주가 해방을 몇 달 앞두고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숨진 날이다.
올해는 광복 80주년을 맞는 해이자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75년이 되는 해이다. 기억과 역사인식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들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광복과 전쟁을 지나간 과거로 치부하는 이들도 있지만 여전히 아픔이 남아있는 진행형이다. 아직도 우리 현실의 중요한 상황에서 갈등을 촉발시키는 동인이 되기도 한다,
기억의 오류와 왜곡을 막기 위해서라도 지나간 일을 수시로 떠올리고 함께 공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 학생들이 교과서를 통해 배운 윤동주의 시를 시인의 삶과 연관시켜 학습하고, 4.16생명안전공원이 착공하기까지 힘들었던 시간을 이해하는 것은 체감하는 교육이다.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며칠 전 안타까운 사고로 세상을 떠난 하늘이를 잊지 말자고 다짐하는 것도 안전한 학교,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다. 다시 한번 하늘로 올라간 아이의 명복을 빌며 우리가 해야 할 몫을 생각한다. 기억은 미래를 비추는 빛이다. 자주 들춰낼 때 기억이 퇴색되지 않는다는 걸 명심할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