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답습… 色 잃어가는 충청정치]
충청권 캐스팅보드 역할 잊혀진 상태
지역발전 위한 핵심과제 정쟁 속 표류
중구 예산삭감 중앙 악습 그대로 따라
정쟁 몰두하면 지방소멸에 큰 악영향

대전시의회, 세종시의회, 충남도의회, 충북도의회 
대전시의회, 세종시의회, 충남도의회, 충북도의회 

[충청투데이 이심건 기자] 충청권 정치가 중앙정치의 극단적 대립과 정쟁을 답습하며 본연의 역할을 상실해가고 있다.

지방자치와 분권이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지역 정치권이 지역발전을 주도해야 하지만 오히려 중앙정치 연장선에 머물며 소속 정당의 논리에 휘둘리는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

이 같은 형태는 결국 지역 간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지방 소멸 위기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충청권은 한국 정치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 중앙정치의 거대 정당과 인물 중심 정치에 의존하며 지역 현안을 뒷전으로 밀어내는 구조적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국회 세종의사당 조기 건립, 대통령 제2집무실 운영, 대전·충남 혁신도시 완성 등 지역 발전을 위한 핵심 과제들은 정쟁 속 표류하거나 중앙 정치 논리에 종속되곤 했다.

대전 동구 주민 김모 씨는 "지역 문제를 해결하려고 정치인을 뽑았는데, 결국 중앙정치 따라가기에 급급해 보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최근 세종시와 대전 중구에서 벌어진 예산 삭감 논란은 중앙정치 악습이 지역정치로 스며들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전문가들은 견제와 감시는 의회의 역할이지만, 발전 계획까지 전면 부정하는 것은 월권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역 정치권의 이러한 갈등과 정쟁은 지역발전의 발목을 잡을 뿐 아니라 지방 소멸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대전은 이미 2014년에 인구 정점을 찍었고, 충북과 충남도 각각 2034년과 2038년에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052년 기준으로 대전, 충북, 충남의 인구는 총 31만명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고, 세종만이 41.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인구 증가폭은 16만명에 그친다.

충북(21.95%)과 충남(22.26%)은 고령 인구 비율이 전국 평균(20.03%)보다 높아 초고령 사회로 진입했으며, 생산연령 인구(15~64세)는 전국 평균보다 낮은 상황이다.

이는 지역 경제와 산업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라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충청권은 교통망 확충과 산업 인프라 강화를 서둘러야 한다.

KTX 연장,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청주국제공항 민간항공기 전용 활주로 신설 등은 지역발전의 핵심 과제들로 꼽히지만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지역 정치권이 중앙정치의 대립과 정쟁에서 벗어나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권선필 목원대 경찰행정학부 교수 "빨리 해결해야 할 문제는 정당 차이를 떠나서 서로 해결하기 위해 의견을 결집해야 한다. 소상공인 문제 등 민생 지원 관련 현안은 지금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차후 지역에 큰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며 "지방의회와 단체장들은 지속적인 소통으로 공감대를 만들고, 그 과정에 국회의원까지 합세한다면 분명 더 좋은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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