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선희 청주시 고인쇄박물관 직지홍보팀장
올해 초, 평상시 존경하던 선배가 찾아와 이런 질문을 던졌다. "직지를 한마디로 표현해 줄 수 있어?". 당황스러웠다. 명색이 고인쇄박물관 직지홍보팀장인데, 대답이라고 나온 말은 고작 "세계최고 금속활자 인쇄본"이었다.
선배가 그런 뻔한 답을 원한게 아니었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필자는 직지를 관통하는 정확한 의의를 마음속에 정의하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문제를 인지한 순간 질문에 바로 대답을 할 수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창조정신’이다. 타임즈의 라이프지에서 21세기를 맞이하며 지난 1,00년 동안 최고의 사건으로 뽑은 구텐베르크 금속활자보다 78년이나 앞선 기술을 보유했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직지는 우리 민족의 ‘창조정신’을 여실히 보여준다.
고인쇄박물관 학예연구실에서는 초등학교 4~5학년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직지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참관을 하러 갔다가 수업 전에 한 학생에게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바로 "직지는 무슨 땅인가요?"라는 질문이었는데, 너무 놀라 "정말 직지가 무엇인지 모르니?"라고 되묻고는 "그럼 지금 수업을 집중해서 들어보렴"이라고 대답을 했었다. 그리고는 이런 친구들일수록 직지에 대한 긴 설명보다 직지를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키워드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직지지도사의 수업이 끝난 후 한마디 거들었다. "공부한 직지에 대해 다 잊어버리더라도, 세계최초 금속활자 인쇄본 직지의 창조정신을 기억하세요". 간혹 사람들은 직지에 기록된 내용에만 매몰되고는 하는데 당연히 기록된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전파하기 위해 새로운 것을 구현해 냈던 선조들의 ‘창조정신’이다.
지역주민분들 중에 일부는 "또 직지 타령이야?"라고 말하기도 한다. 직지 이외의 다른 것에도 힘쓰라는 악의 없는 이야기였을 것이다. 그러나 직지를 모르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존재한다면, 반드시 홍보하고 교육해 그 의의를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우리 민족의 창조정신과 자부심이 바로 직지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전 세계에서 펼쳐지고 있는 K-콘텐츠, 한류 열풍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역사상 유례없는 발명 문자 한글과 더불어, 지식전파에 중요역할을 했던 금속활자를 세계 최초로 증명한 직지가 이 사실을 방증해 주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다짐한다. 청주시를 넘어 전국의 아이들과 시민들이 직지를 생각하며 자부심으로 미소 지을 수 있도록 노력해 보자고.
